박찬하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생)
정영선(鄭榮善, 1941~)은 한국 1세대 조경가이자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이다. 9월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전시를 보고 알게 된 정영선 조경가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한다.
정영선 조경가의 대표 조경작품으로는 예술의 전당(1984), 아시아공원(1990), 에버랜드(1993), 대전 엑스포(1997), 국립중앙박물관(1998), 호암미술관 정원(2001), 인천 국제공항(2002), 선유도공원(2005), 청계광장(2007), 광화문광장(2007),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2009), 신라호텔 영빈관(2016), 경춘선 숲길(2016), 디올 성수(2022), 아모레퍼시픽 신사옥(2023) 등으로 우리나라 땅에 숨쉬는 모든 것을 위한 조경작품에 그녀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데믹 시대의 그린 힐러, 조경가
정영선 작가는 서울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환경조경학과의 1회 입학생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청주대 조경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실무를 시작했고, 여성 1호로 국토개발기술사 자격을 취득했다. 정영선 작가는 국가, 지역, 민간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아 우리나라 곳곳에 조경 작품으로 작가 본인의 환경관을 표현해왔다.
정영선 작가의 조경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재료로 삼는 과학예술이라 할 수 있다. 50년 넘게 조경을 하면서 작가는 우리 땅을 관찰하고 고유 자생종의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작가는 사람과 경관의 관계, 건축과 도시, 대지와 관계를 해석하고 디자인해왔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과수원에서 어린 시설을 보낸 정영선은 존 옴스비 싸이몬즈의 [조경](1961)을 읽으며 조경가의 꿈을 꾼다.
조경학이 한국에 처음 소개된 1970년대 초,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의 1호 대학원생이었던 정영선은 [불국사](1974)등 국가 주도의 유적지 복원 사업을 참여한다. 졸업 후 그는 청주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서양조경사’(1979)를 집필하는 등 학문적 연구에 매진함과 동시에 여성 최초 국토개발 기술사로서 조경 설계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정영선은 1987년 '조경설계 서안(주)'를 설립하여, 조경설계 회사의 대표로서 지금까지 공공 및 민간의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아왔다.
미국 뉴욕주 북부의 허드슨강 상류에 자리한 명상원. 방대한 땅의 흐름을 읽고 수련원의 자리와 자연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길의 형태를 구상했으며, 대지에 자라고 있던 식생 연구를 바탕으로 조경을 계획
정영선 조경가는 평생에 걸친 작품 활동을 통해 식물을 가까이하고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삶을 강조해 왔는데, 특히 다양한 식생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교육하는 수목원과 식물원 , 자연의 치유적 속성이 드러나는 명상과 사색의 장소들을 소개해왔다.
광릉수목원으로 불리던 [국립수목원](1987)은 한국 최초의 산림 생물종 연구기관으로 그가 설계한 광장은 지금까지 수목원의 중심이 되는 관상수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남해의 독특한 기후대의 식생을 갖춘 [완도수목원](1991)과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식물로 구성한 [원료식물원](2019), 성서에 등장하는 식물로 꾸민 [왕창교회 작은 정원](2023) 등 정영선의 식물원과 주제 정원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또한 환자의 가족들이 넋 놓아 울 수 있는 숲이 되어준 [서울아산병원]의 녹지 공간(2007)부터 원다르마센터(2011)의 넓은 대지를 거니는 명상의 산책로까지 우리는 그의 작업을 통해 마음을 위로하고 몸을 수양하게 하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참고문헌 _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 도록
조경은 땅에 쓰는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고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가슴이 뛰듯, 우리가 섬세히 손질하고 쓰다듬고 가꾸는 정원들이모든 이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치유와 회복의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 정영선 조경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