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개떡
쑥을 삶고 쌀을 하룻밤 불려서 방앗간에 다녀왔다.
반죽을 잘 치대야 떡이 쫀득해진다는 방앗간 아저씨 말을 믿고 완성된 반죽을 50번 더 주물럭 거렸다. 정성을 쏟아부었다.
반죽을 적당히 떼어서 동그랗게 만들고 손바닥으로 꾹 눌렀더니 동그란 보름달이 되었다.
수많은 보름달을 만들어 놓고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찜기에 물을 올리고 2단으로 떡을 올렸다. 30분이 지난 다음 떡을 꺼내서 참기름을 좌르륵 발라주었다. 보암직 먹음직하다.
일회용 도시락을 열개정도 준비했다.
떡을 야속하지 않게 수북이 담았다.
노란 고무줄로 뚜껑이 돌아다니지 않게 끼었다.
우리 부부가 먹을 것 도시락 한 개를 빼놓고 9명의 명단을 작성했다.
10층에 할머니를 1번으로 적었다. 어머님 살아생전에 운동을 함께 해주신 고마운 할머니다.
2번은 부인이 항암 수술을 받느라 병원에 계셔서 혼자 식사를 하시는 할아버지다.
3번은 치매가 살짝 와서 가끔 거리를 배회하는
할머님이시다.
그렇게 8번까지 번호를 매기다 보니 도시락이 한 개 남았다. 누굴 갖다 줄까 생각하다가 남편을 당뇨병으로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친구가 생각이 났다. 버스 정거장에서 만나 도시락을 전해주었다.
어제 공연이 있어서 바쁜 하루를 보냈단다.
집에 찬거리가 하나도 없었서 굶고 있는 중이란다. 쑥개떡을 맛나게 먹어준 친구가 너무나 고마웠다. 어버이날을 즈음해서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서 만들어본 쑥개떡으로 따뜻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