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세 번째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미리 제출한 글을 이윤영 작가가 읽고 첨삭을 해주기로 하였다. 첨삭 관련 영상은 많이 보았지만, 내 글을 가지고 직접 첨삭 받아보는 일은 처음이었다. 난 각오가 돼 있었다.
"이것도 글인가요?"라고 말한다고 해도, 기꺼이 귀담아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강의실에 들어갔다. 글을 쓰기 위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잠시 후 내 글이 읽히고, 많은 비판과 질문이 쏟아질까 두려워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 말은 기억난다.
"고쳤는데 이상하다면 더 고쳐야 합니다."
글을 쓰고, 완성되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항상 옆에서 글을 읽고 피드백해 주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누군가에게 부탁하기도 민폐 같아 글을 쓰고, 며칠을 저장해 둔 다음 읽어보고 '발행'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글은 둥둥 뜬 느낌이다.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주제만 있는 게 좋다고 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주제에서 벗어나 여러 이야기가 스며든다. 작가는 독자의 관점에서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나만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예상 독자 가령 '40, 50대 남성'이나 '20, 30대 여성'처럼 구체적으로 독자를 예상하며 글쓰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말인데, 데이비드 톰슨이 마틴 스코세이지에 관해 쓴 책에 실린 말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작가는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경험 중 무엇을 쓸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은유 작가는 이를 '글쓰기는 서사의 편집권을 갖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내 글에 대한 첨삭이 시작되었다.
첫 문장이 '그와의 산책이 지루해졌다.'로 시작되었는데, 이 문장을 받아주는 문장이 없다고 했다. 시작했으면 끝맺음이 글쓰기의 미덕이라고 했다.
제출한 글에 두 개의 예시를 들었는데, 예시를 하나만 쓰고 자기 사유를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족한 분량을 내 사유(사실 나의 독창적인 생각이라는 것도 항상 누군가의 글에 기대어 있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설명으로 채우려는 야료를 부린 것이 들통났다. 글쓰기는 항상 나의 게으름을 일깨워주는 부끄러운 일이다.
글의 마지막 두 문장은 쓸지 말지 고민하다가, 덧붙였는데 역시나 빼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항상 교훈적인 내용으로 끝을 맺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좋은 글이 된다고 말했다. 글을 쓸 때 사족으로 느껴지기는 했다. 좀 더 멋있게 마무리 짓고 싶은 허세 같기도 하다.
첨삭을 받고 나니 드는 생각이 있다.
타인은 생각보다 내 글에 관심이 없으며 자세히 읽지 않으니 마음껏, 쓰고 싶은 대로 써보자.
보여주기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글이 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자.
부지런해지자.
허세를 부리지 말자.
사진 출처: Unsplash의 Anne Nygå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