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넌 왜 그렇게 발전이 없니?

사진: Unsplash의 Fab Lentz

＊발전(發展):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감.

"넌 왜 그렇게 발전이 없니?"

발전이라는 '거대 담론' 앞에서 적절한 대답을 고민하다 보니,

이미 대화의 주제는 다른 곳으로 흘러가 버렸습니다.

난 여전히 그 문장에 갇혀있는데, 그들의 대화는 저만치 앞서가네요.

오랫동안 기억되는 날은 미완으로 끝난 문장들이 유독 많은 하루입니다.

나에게 발전이란 상처가 낫는 일이었고 그에게 발전이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어서,

나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급급했고,

그는 좀 더 좋거나 앞선 곳을 바라봐서,

우리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난 답답할 정도로 제자리였기에, 발전이 없어 보였나 봅니다.

역사도 반드시 선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데,

과학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모두 알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항상 발전하는 존재여야만 할까요.

반드시 발전해야만 하는 이유가 우리에게 있나요.

오늘 하루 견딜 만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보다,

흐르는 깨끗한 물에 상처 부위를 씻어내듯 마음속 찢어진 문장들을 조심스레 이어 붙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