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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그 밤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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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Jun 16. 2024

2. 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 '나'에 대해 잘 아는 듯이 말할 때, 

AB형이라고 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때,

INFP라고 하면 '역시'라며 확신의 눈빛을 보낼 때,


그들의 '거대한 확신'에 순응하면, 그럼 좀 편할까요.


내가 타인에 의해 규정될 때마다, 나는 오히려 모호해졌습니다. 


내가 희미해질 때마다,

 '사람은 자신 안에 또 다른 자신을 몇 명이나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다른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까?'라는 도스토옙스키의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다른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까?'라는 말은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독립성과 개별성을 지켜내자는 말이 아닙니다.

내면의 복잡성과 다면성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내면의 다양한 모습들을 지켜내자는 스스로에 대한 응원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괴물'을 보는 듯한 두려움 마저 느끼는 기괴한 현상(어떤 식으로든 알고 있다는 안도감이 있어야만 삶을 견디는)을 목격하거나, 혹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못해 자신의 기준으로 규정하거나 강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괴물'이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게 합니다. 


'안다'는 확신 없이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요? '모른다'는 불안을 감내하며 다가가야 오히려 알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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