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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그 밤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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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Jun 18. 2024

 3. 완전한 이해 없이도

프란츠 폰 슈투크, <시시포스>


"너의 글에는 유독, 이해라는 말이 많이 나오더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일보다 이해는 한 단계가 더 생략된 느낌이라 그 단어에 집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해하려 노력할수록 삶은 점점 불가해져 가기만 합니다.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는 영원히 암석을 산꼭대기로 굴려 올려야 하지만 결국 다시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운명에 처한 시시포스가 등장합니다. 그는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있습니다. 하지만 암석을 산 정상으로 굴려 올리는 행위 자체를 자신의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수행함으로써 부조리한 삶 속에도 인간의 주체성과 존엄성이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시시포스의 결단은 답답해 보이는 게 아니라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모든 문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읽히지만'(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삶은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이 모순인 문장으로 쓰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눈부신 어둠'(이청준,『모순』)같은 형용모순인 문장에 눈길이 오랫동안 머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무언가'라면 쉽게 이해되지만,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어둠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왜 이런 문장에 마음은 또 제멋대로 베이는 걸까요.


삶 혹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온전히 사랑할 순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포기나 외면이 아니라 그러한 한계로 인해 생기는 삶에 대한 애착과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어느 것에도 모순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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