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앞머리 자른 거 모르겠어?"
"오늘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잘 어울려."
"야, 사람이 말할 때 좀 진심을 담아서 해야지."
"사실 말하기 전까지는 진심이었어."
-박준, <계절 산문>중에서
말하기 전까지는 진심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말하고 나면
너에게 진심이 아닌 것처럼 들리는 이유를 난 잘 모르겠어.
진심을 가지는 것보다
그걸 알아차리는 것이 어렵고,
진심을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은 더 어려운 것 같아.
진심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과 그게 부끄러워 숨기려는 소심함에,
진지함이 답답하게만 느껴질까 봐,
진심과 진심이 아닌 말들이 한 문장에 뒤섞였다.
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했다.
너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에게 와서 무엇이 될까 봐.
차마 그대로 부르지 못하고,
자음과 모음을 꾸깃거려,
장난스럽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