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해 겨울,
나는 아무에게도 위로받지 못한 채
다음 해를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있었다.
11월의 마지막 주였다.
살고 있던 곳을 벗어나 시험을 치르러 갔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와 같은 곳을 지원했고,
시험 전날 우리는 함께 이동했다.
숙소에서 나란히 잠을 잤고
아침 일찍 국밥집에 들어갔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국밥 한 그릇씩을 비우는 속도는 비슷했다.
그날의 따뜻한 음식은
시험 전 우리가 나눈 거의 유일한 위로였다.
시험장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연필이 멈추는 순간들 사이에서
나는 내가 쓴 답안들을 자꾸 떠올렸다.
떠올릴수록,
잘 썼다는 확신은 생기지 않았다.
시험이 끝난 뒤
우리는 각자의 버스를 탔다.
나는 집으로,
친구는 친구의 집으로.
같은 곳을 향해 달려왔지만
돌아가는 방향은 달랐다.
버스 안에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이상하리만큼 또렷했다.
못 봤다는 감각이
몸보다 먼저 집에 도착해 있었다.
그날,
나는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문자를 보내왔다.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
짧은 문장이었고
더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씻고, 누워서 잠이 들었고
눈을 뜨면 다시 잠이 왔다.
이틀 정도는 그렇게
잠만 잤던 것 같다.
그날은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았고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조용함 속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