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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의 과업

불안하고 나약한 나를 나부터 사랑할 수 있다면

by 오공부

간밤에 '왜 나를 싫어해, 속상해'하며 엉엉 우는 아이를 모른척하고 잠을 청하다 아이는 잠들고 나는 잠이 깨버렸다. 아이의 불안을 모른 체 하다가 나의 불안에 압도당했다. 아이를 달래다 지쳐 다른 방으로 가버린 남편에게 갔다.

"나 좀 안아줘. 너무 불안해."

남편은 나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애가 나를 닮아서 불안이 많은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나는 조금 울었다. 그리고 왜 불안한지 구구절절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사는 게 너무 어려워. 지구를 떠나고 싶어."

남편은 어이없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물었다.

"그것 때문에 지구를 떠나고 싶다고?"

나는 남편에게 공감받지 못한 서운함과 '별 거 아니구나'하는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우울증은 하루 종일 울며 슬퍼하는 게 아니라, 무기력에 가깝다고 했던 어떤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별 것 아닌 일도 헤쳐나갈 수 없을 것 같고, 모든 게 잘 안 풀릴 것 같은 막막함이 밀려왔다. 오랜만에 병원 진료를 예약하자고 결심했다.

졸음을 참아가며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 남편을 보며, '그냥 나를 안심시켜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속상하다고 말하고, '안아달라', '나를 좋아해달라'고 말하는 아이와 내가 겹쳐졌다. 아이가 그럴 때마다 짜증스러워하는 주제에 남편에게는 포용을 바라고 있었다. 부모도 못하는 걸 배우자에게 바라다니, 얼마나 택도 없는 꿈을 꾸고 있었나.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속상해' 노래를 하고 계속해서 안아달라는 아이를 보며 어젯밤의 나를 떠올렸다. 불안이 가라앉을 때까지 같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너무 내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 바라는 말과 행동을 스스로 해줄 수는 없을까. 노력을 인정해 주고, 안아주며 안심시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 불안하고 나약한 나를 나부터 사랑할 수 있을까.

이번 생을 통해 내가 이루어야 할 과업은 이것 하나뿐인 듯하다.


보고있으면 조금 안심되는 수면개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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