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몇 번이나 거울을 보았을까. 세수할 때 한 번, 출근 전에 한 번, 엘리베이터 안에서 습관처럼 또 한 번, 차에서 내리기 전 백미러에 비치는 내 모습까지 합한다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순간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확인하며 산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외출 전, 거울 앞에서 꼼꼼히 머리를 다듬고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누군가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 시선을 너무도 의식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것이 허영심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건 인간이란 동물의 본능에 가깝다.
우리는 누군가 내 존재를 알아주기를 원한다. 그런 나 자신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간의 한 모습이니까. 다만 그 마음이 어느 순간 '나답게'가 아니라 '남처럼' 살아가게 만든다면, 그건 분명히 다시 들여다봐야 할 신호다.
좋은 옷을 입고, 고급스러운 카페에 앉아 한 장의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고 싶은 충동. 나라고 왜 없을까. 그건 바로 허영심에서 비롯된다. 사회가 참 빨리도 변화한다. 앞서가야 하고,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고 우리는 자연스레 배운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더 신경 쓰는지도 모른다.
외모도, 물질도, 라이프스타일도 모두 하나의 경쟁처럼 느껴진다. 또 우리는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 작은 변화도 금세 알아차리고 타인의 눈치를 빠르게 읽어내는 편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쩌면 우리는 가끔 허영심이라는 갑옷을 걸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그 갑옷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걸까. 허영심을 나쁘다고만 말하지 않겠다. 그건 때로, 내가 더 나아지고 싶다는 신호이기도 하니까. 다만 그 마음이 나를 지치게 하거나 가짜 같은 나를 만들게 된다면, 우리는 잠시 멈춰 스스로 이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지금 나의 모습은 내가 원하는 모습일까? 아니면 남이 원하는 모습일까?"
진짜 나로 살기 위해, 때로는 허영이라는 그림자와 화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만 생기니까. 그리고 그 빛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뜻이니까. 오늘도 거울 앞에 선다. 그 속에 있는 조금은 불완전하지만 자신 있는 나를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