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가리키는 방향
감정이 많다는 건 종종 약하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상처받기 쉬운 사람, 쉽게 무너지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올라오는 감정을 ‘없애야 할 것’처럼 대한다.
참고, 눌러야만 어른스러운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감정은 그런 것이 아니다.
감정은 우리의 상태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내면의 신호다.
슬픔은 내가 소중히 여긴 것을 잃었다는 뜻이고,
분노는 나의 기준이나 경계가 침해당했다는 뜻이며,
불안은 지금 내가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감정들을 ‘이유 없이 예민한 나’로 몰아세우기보다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반응하게 했는가’를 바라볼 수 있다면,
감정은 약점이 아니라 훌륭한 내비게이션이 된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잖아?”라는 표현이 있다.
타인의 눈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 마음엔 명확한 이유와 맥락이 존재한다.
그 감정을 너무 쉽게 지워버리면, 나 자신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게 된다.
감정을 느끼는 건 지금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이 나에게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그걸 무시하거나, ‘감정적인 나’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감정을 통해서
나는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돌볼 수 있게 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
물론 시간은 많은 것을 덮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덮는 게 아니라 직면해야만 치유되는 감정도 있다.
덮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모양을 바꿔 불안이나 분노, 무기력으로 돌아올 뿐이다.
그러니 감정을 ‘드러내도 괜찮은 것’으로 바라보자.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자.
감정을 나누는 건 약한 것이 아니라, 진짜 강한 용기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 감정에 귀 기울이는 나는, 이미 충분히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