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일

복잡한 마음에도 진심은 있었다.

by 오월

사람의 마음은 단순하지 않다.

한 사람을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애틋해지고,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여전히 곁에 있고 싶어진다.


그래서 어떤 감정은,

하나로 이름 붙이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묘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분노나 슬픔보다도

‘왜 너는 내 마음을 몰라주지?’라는 허탈함이다.


기대가 있었고,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상처도 깊게 남는다.

그러다 보면 문득,

그 사람을 미워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미움 속에도 여전히 애정이 있다.



부모님과 다투고 방으로 돌아섰던 밤,

전화기 너머에서 툭툭 던지듯 말하는 연인의 말투,

서운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친구의 태도.


그 순간엔 분명히 상처였고,

어쩌면 이제는 거리를 둬야 할 사람이라 느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쉽게 등을 돌리지 못한다.


문득 걱정되기도 하고,

그 사람을 이해해보려는 마음도 든다.

미워하면서도 보고 싶고,

서운하면서도 생각나고,

잊으려 해도 자꾸 마음 한편이 움직인다.


그건 아마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오래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좋은 면만 보는 게 아니라,

때로는 실망하고 다투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 곁에 있으려 애쓰는 일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 한마디가 더 깊이 꽂히고

작은 오해도 쉽게 엉켜버리지만


그 마음 안에는 항상

‘사실은 널 여전히 좋아해’라는 숨은 뜻이 있다.


우리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그 감정은 절대 모순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한 사람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때,

그 감정에 휩쓸려 모든 것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실망했는데, 이제 끝이야’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나는 지금 이 관계 안에서 상처받고 있구나’

‘그만큼 내가 이 사람을 신경 쓰고 있었구나’

라고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감정은 판단이 아니라 신호다.

그 신호를 잘 해석하면,

관계를 끊는 대신

더 건강한 거리로 조정할 수 있다.



때때로 나 자신에게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

‘왜 나는 항상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왜 이런 나를 사랑할 수가 없을까.’


스스로가 서운하고, 밉고,

그러면서도 결국은 또 내 편이 되어야만 하는 존재.


나에게조차도

미워하면서 사랑하는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쌓일수록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쉽게 미워하지 않으며,

그 복잡한 마음을 품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사랑은 늘 좋은 감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랑은 때로 아프고,

사랑은 때로 의심되며,

사랑은 때로 멀어졌다 다시 돌아오는 일이다.


중요한 건,

그 감정 속에서

내가 여전히 그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

그게 전부다.



혹시 오늘,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어 혼란스러운 이가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그 감정은 틀린 게 아니라

당신이 사람을 깊이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는 증거라고.


사랑은,

때때로 그런 복잡함을 품을 수 있을 만큼

넓고, 깊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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