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라는 말의 무게

아무렇지 않다는 말이 마음에 남긴 것

by 오월

“괜찮아.”


너무 자주, 너무 쉽게 내뱉는 말.


누군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을 때도,

스스로에게 되뇌듯 말할 때도

늘 이 한마디로 감정을 덮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았던 건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만 했던 건지

나조차 헷갈리는 날이 많았다.


어릴 적엔 울면 울었다고 말했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했던 내가

언제부터인지 “괜찮아”라는 말로

모든 감정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상황이 더 복잡해질까 봐,

혹은 내 감정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나는 점점,

내 마음에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갔다.



“괜찮아”라는 말은 때로 사람을 안심시키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실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참았던 눈물, 꾹 삼킨 서운함,

차마 꺼낼 수 없던 진심, 그리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


우리는 그 짧은 말로

마음을 덮고, 감정을 눌러두고, 관계를 정리한다.


가까운 사람과 다퉜을 때,

차가운 말 한마디에 마음이 얼어붙었을 때,

그저 “괜찮아”라고 말하고 돌아서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엔

그 사람에게 기대를 내려놓는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나는 말하지 않았고,

당신은 알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멀어졌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억울한 말을 들었을 때,

친구와 사소한 다툼이 있었을 때,

가족에게 외면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을 때.


사실 그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나 지금 좀 힘들어.”

“괜찮지 않아.”

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웃으며 “괜찮아”라고 말하는 법을

더 먼저 배웠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말은 나를 위한 말이 아니었다.

상대를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 말이었고,

상황을 빠르게 봉합하기 위한 말이었으며,

내 감정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방어였다.


그리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내 감정이 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해진 몸은

어느 날 갑자기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작은 일에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숨이 막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말을 하다가 목이 메이거나,

누군가 다정하게 물어보기만 해도 울컥한다.


그건 내가 내 마음을 너무 오랫동안

“괜찮다”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감정을 감추는 건 참는 게 아니다.

감정을 무시하는 건 회복이 아니다.

감정은 흘러야 풀리고,

흘러야 이해할 수 있다.


“괜찮아”라는 말이

진심으로 괜찮을 때 나오는 말이길 바란다.

그저 피하고 싶은 상황 앞에서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 아니길 바란다.


괜찮지 않은 날은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아끼는 사람이

무표정으로 “괜찮아”라고 말할 때,

그 마음을 단번에 믿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 너머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물음 앞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고,

감정에 휘둘릴 때가 있다.


그걸 들키지 않으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눈물도, 외로움도, 서운함도

당신이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도

충분히 어른일 수 있다.


어쩌면 감정을 드러낼 줄 아는 용기가,

진짜 어른스러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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