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감추는 게 어른스러운 걸까

어른이 되면서 먼저 잃어버린 것

by 오월

언젠가부터였다.

울고 싶다는 말이 목까지 차올라도, 결국엔 꾹 삼키는 버릇이 생겼다.

속이 타들어 가는 날조차 “괜찮아”라는 말로 마무리하며 하루를 접었다.


그렇게 감정을 감추는 일이 점점 익숙해졌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고,

속상한 일을 겪고도 금세 잊은 척 넘어갔다.


그래야 덜 유치해 보일 것 같았고,

그래야 어른처럼 보일 것 같았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부끄러운 것처럼 느껴졌던 건,

우리가 자라며 듣던 말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참는 게 어른이지.”


누군가가 정해놓은 ‘어른스러움’의 기준 앞에서,

우리는 말없이 울던 법을 배웠다.

감정이 흐르지 않도록 꼭꼭 닫아두는 법도.


하지만 감정은 감춘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요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를 무너뜨린다.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오는 눈물은,

그동안 아무 일 없던 척 했던 순간들의 쌓인 무게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감정을 감춘 채로 살아남는 법만 배우다

감정을 마주하는 법을 잊고 살아왔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해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아도,

억울해도, 속상해도, 외로워도

티 내지 않고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면

내 마음이 어디쯤 있는지조차 놓치게 된다.


그저 일이니까, 관계니까, 어른이니까 —

감정은 늘 마지막 순서로 미뤄진다.


하지만 정말,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어른스럽지 못한 일일까?


감정을 말로 꺼낸다는 건

나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솔직해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그만큼 스스로를 믿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용기다.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고,

속마음을 들키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어른인지도 모른다.


감정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적당한 말과 온도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


나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지켜낼 줄 아는 사람.


우리는 이제 그런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이다.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해진 당신에게,

이제는 감정을 꺼내어 들여다볼 수 있는

조용한 용기를 건네고 싶다.


그 감정은 틀린 게 아니라,

지금의 당신이 보내는 신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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