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았을 뿐,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야
가끔은,
눈물도 없이 마음이 아픈 날이 있다.
서러워서 우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나서 터뜨리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쿡쿡 쑤시고
조용한 통증이 하루 종일 따라다닌다.
지하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별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의 틈에서
묘한 쓸쓸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속 어딘가가
살짝 금이 간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그럴 만한 일도 없는데
괜히 지치고, 외롭고, 울컥한다.
울지 않았지만, 분명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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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감정에는 이름이 있어야 한다.
이유를 모르는 마음은 더 막막하고,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지 않으면
자기 마음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그냥 요즘 기운이 없네.”
“나만 이런 기분인 걸까?”
“딱히 큰 일은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
이런 말들이 입 밖에 나올 땐,
이미 꽤 오래 마음이 눌려 있었다는 증거다.
사람들은 흔히
“울 만큼 아픈 건 아니잖아.”
“그 정도면 참을 수 있는 거지.”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아.”라고 말하지만,
감정에는 순위가 없고,
아픔에는 크기를 매길 수 없다.
눈물이 없다고 해서
그 하루가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
울지 않아도,
사람은 아플 수 있다.
견디는 것과 괜찮은 것은 다르다.
말없이 넘긴다고
그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조용히 넘긴 상처는
마음 깊숙한 곳에 고여 있다가
예상치 못한 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터지곤 한다.
⸻
어느 날은 괜찮고,
어느 날은 무너지듯 힘들고,
또 어떤 날은 이유 없이 감정이 흔들린다.
그건 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지금껏 잘 버텨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버팀 속엔
숱한 감정들이 있었고,
그 감정들은 아직도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다.
“나도 좀 알아달라고.”
“나도 이제 그만 참겠다고.”
그렇게 조용히 손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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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아도 아픈 날이 있다면,
그 마음을 흘려보내지 말고
살며시 들여다보길 바란다.
괜찮지 않았던 순간들,
그저 지나쳐버렸던 말들,
억지로 넘겼던 감정들 속에
당신의 진짜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요즘 나는 어떤 감정 속에 있었을까?”
“혹시, 계속 참아온 건 아닐까?”
“지금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는 뭘까?”
감정은 말할 수 없을 뿐,
항상 당신과 함께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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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을
조용히 꺼내어 보는 일.
그것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위로이다.
울 만큼 아팠던 날도,
울지 못한 채 버텨낸 것도,
모두 당신이 지나온 소중한 시간이니깐.
지금 당신이 느끼는 묵직한 감정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무시하지 말고,
다그치지 말고,
그저 다정하게 물어보자.
“괜찮지 않은 오늘,
나에게 무엇이 필요했을까?”라고.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울지 않아도 괜찮으니
아픔마저 없던 일로 만들지는 말자.
당신의 조용한 고통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감정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