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태현 Sep 17. 2024

추석, 독일, 짧디짧은 감상

2024년 9월 17일,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그것도 앞뒤로 붙은 연휴가 아니고 음력 8월 15일 당일이다. 올해도 나는 본가에 가지 않았다. 독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박하기 힘든 강력한 이유다. 오늘도 이곳은 평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나 역시 평소와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기분이다. 다른 나라에서 나보다 오래 타국 생활을 하고 계신, 웹툰 작가이자 주재원 와이프이신 분이 오늘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겁내 썰렁하고 외로운 추석… 해외생활하고 계신 모든 분들 파이팅! 이라고 올리신 글을 봐도 - 물론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시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지만 - 난 조금도 쓸쓸하지 않은데, 내가 비정상인가? 차가운 사람인 건가? 라는 생각을 머리 한 구석에서 하고 있다. 내게는 오늘밤 날이 맑으면 보름달을 볼 수 있겠다는 감상 정도만이 있을 뿐인데.


하지만 그럼에도 감상을 덧붙여 보자면.


때때로 나는 내가 타국생활을 하고 있기에 외로워해도 좋다는 당위성이 주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만리타향에서 부모형제도 없이 살고 있으니까, 외로운 것이 당연하고, 힘든 것이 당연하고, 괴로운 것이 당연하다는.


물론 몸서리 쳐지게 외로울 때가 있다. 삭신이 쑤시도록 힘들 때가 있고, 모두 그만둬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울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에서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외로워해도 좋다는 당위성이 없던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욱 외로웠다. 우울해해도, 힘에 부쳐해도, 외로워해도, 모든 것이 투정으로만 받아들여지던 그때, 그곳. 몸을 숨길 수 있는 방패도, 도망칠 곳도 없고, 변명할 거리도 없는 외로움은 어쩔 것인가.


이런 쓸데없는 감상에 빠져보며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평일을 보내는, 독일에서 일곱 번째로 맞이하는 추석. 쓸쓸한 분들은 쓸쓸한 대로, 행복한 분들은 행복한 대로, 마음이 무탈한 연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 08화 집밥에 대한 달콤한 생각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