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1. 광화문 광장

엄마고래 숨쉬기(220906)

by 해이나


오늘은 태풍 힌남노로 인해 걷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어제보다 더 위협적인 비바람을 예상했다. 서울의 유초등학교는 오늘 하루 휴교 혹은 원격수업 전환을 했다는 뉴스를 보며 집에서 콕 박혀서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9시가 되자 햇빛이 비추었다. 으잉? 예상하지 못한 맑은 날씨에 마음이 분주해졌다. 오늘 어디갈지 안 정했는데? 어딜가지?


딱히 갈 곳을 정하지 않았기에, 급하게 생각나는 곳은 하나다. 늘 걷는 청계천의 시작. 존경하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는 곳. 자주 지나갔으나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둘러보지는 못했던 곳. 지하에 박물관이 있다고 들어서 꼭 다시 가보고자 했던 곳.


광화문 광장

광화문광장이라면 청계천 따라서 걷기만 하면 되니 부담스럽지 않게 갈 수 있다.


원격수업 중인 둘째를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한다.

새로 산 모자와 검정 백팩, 팔목에 갤럭시 워치,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정도면 멋지지 아니한가! 후훗! 멋진 아줌마의 숨쉬는 서울 나들이 출발!


황학동 이마트까지 걸어간 후, 청계천으로 내려간다. 이제 죽 걷기만 하면 된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청계천을 물이 꽤 있다. 계곡 마냥 발을 담그고 있는 어르신, 징검다리에서 물장난을 치는 어린아이, 산책을 나온 가족들, 점심식사를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직장인들,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조깅을 하시는 분, 열심히 사진을 찍는 외국인, 혼자서 멍하게 앉아 계시는 분들을 지나친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헤엄치는 물고기들, 긴 머리를 늘어뜨린 버드나무, 이름 모르는 풀과 꽃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손을 내밀어 주는 너의 받아줌이 위로가 된다. 늘 그렇듯, 말로 꺼낼 수 없는 유치하고 번잡하고 쓸모없으나 혹은 가치있는 머리 속의 생각들이 눈을 질끈 감게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덮어버리지 않아도 된다. 그냥 이 생각에 빠지고 저 생각에 빠져 미친 사람 마냥 웃다가 멈추다 괴로워할 수 있다. 자유롭고 편안하다.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저 멀리 청계천의 시작을 알리는 꼬깔 모양의 조형물과 물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보인다. 드디어 도착했다. 오늘 같은 코스로 광화문까지 온 것은 처음이라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찬다. 얼른 광화문 광장에 가서 이순신장군님과 세종대왕께 인사해야겠다.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12.jpg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06.jpg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09.jpg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07.jpg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10.jpg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11.jpg






바닥분수에서 나오는 물줄기와 함께 자지러지듯 웃어대는 아이들의 웃음이 향기롭다. 조선시대 육조거리가 지금의 광화문 광장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감명깊고 자랑스럽다. 세종대왕 동상 앞 훈민정음 해례를 읽으며 새삼 세종대왕의 리더쉽에 감탄한다. 가엽게 여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엽기 여기는 대상을 위해 나의 능력을 쓰는 것은, 희생하고 정성을 드리는 것은(하물며 문자를 창조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싸우기 싫어하고 논쟁도 꺼려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고 피곤하다. 자녀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나,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별로다. 나는 참으로 소인배이지 않는가.


세종대왕 동상을 자세히 보며 뒤로 돌아가는데, 뒷편에 문이 있다. 잉? 이게 뭐지? 아. 여기가 박물관 입구인가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세종이야기' 전시장이 보인다. 전시장을 주욱 따라가다보니 '충무공이야기' 전시장도 나온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누군지 몰라도 이렇게 만들도록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칭찬받아야 한다.^^ 참 잘 만들었다. 진작에 아이들 데리고 와볼걸.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03.jpg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04.jpg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01.jpg
KakaoTalk_20220907_002214431_02.jpg


집에 갈 시간이 다 되었다. 3시 반까지는 가야지 둘째가 학원가기 전에 이른 저녁밥을 먹일 수 있다. 더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다음에 또 와서 더 자세히 봐야지 다짐하며 버스를 탄다.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걷기'에 대한 맘에 쏙드는 구절을 발견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3. 루소처럼 걷는 법


우리는 혼자서, 자기 자신을 위해 걷는다. 자유는 걷기의 본질이다.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떠나고 돌아올 자유, 이리저리 거닐 자유.
나는 내가 걷는 법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루소를 읽다보니 내게 그런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한 발을 다른 한 발 앞에 둘 수 있고, 필요하면 그 동작을 반복할 수도 있지만, 그건 두 발을 이용한 이동일 뿐, 걷기와는 다르다.
걷는 데에는 인류 문명의 인위적 요소가 전혀 필요치 않다. 가축도, 사류마차도, 길도 필요 없다. 산책자는 자유롭고,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는다. 순수한 자기 사랑이다.
걸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우리 머릿속은 바쁘다. 눈앞의 지형애 집중하고 주변 풍경을 인식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아무런 목적 없이 이리 저리 거닐며 변덕을 따라갈 여유는 충분히 남아있다.
루소는 열정적인 산책자였지만 영웅적인 산책자는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맑은 날씨를 보아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걷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훌륭한 리더쉽의 표본인 두 분을 다시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오늘 걷기 : 21,960보

오늘 읽은 책: 아빠의 수학여행,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온 첫째에게 광화문을 다녀왔고 지하의 박물관이 인상 깊었고 참 즐거웠다고 말했다.


"엄마는 참 대단한거 같아. 내가 엄마라면 일단 일주일은 잠만 잤을거 같은데, 엄마는 쉬는 첫 날부터 부지런하네."


"딱 6개월만 쉰다고 생각하니까 이 시간이 소중해. 그리고 혼자 걸어 다니는 시간이 엄마에게는 위로가 돼."


"그런 것 같아. 요즘 엄마 얼굴이 행복해 보여."





저 멀리 청계천의 시작을 알리는 꼬깔 모양의 조형물과 물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가 보인다. 드디어 도착했다. 오늘 같은 코스로 광화문까지 온 것은 처음이라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찬다. 얼른 광화문 광장에 가서 이순신장군님과 세종대왕께 인사해야겠다.



바닥분수에서 나오는 물줄기와 함께 자지러지듯 웃어대는 아이들의 웃음이 향기롭다. 조선시대 육조거리가 지금의 광화문 광장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 감명깊고 자랑스럽다. 세종대왕 동상 앞 훈민정음 해례를 읽으며 새삼 세종대왕의 리더쉽에 감탄한다. 가엽게 여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엽기 여기는 대상을 위해 나의 능력을 쓰는 것은, 하물며 문자를 창조하는 것은 생각은 물론이요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싸우기 싫어하고 논쟁도 꺼려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어렵고 피곤하다. 자녀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나,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별로다. 갑자기 훈민정음 앞에서 자기 반성을 하게 된다.
















세종대왕 동상을 자세히 보며 뒤로 돌아가는데, 뒷편에 문이 있다. 잉? 이게 뭐지? 아. 여기가 박물관 입구인가보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세종이야기' 전시장이 보인다. 전시장을 주욱 따라가다보니 신기하게도 '충무공이야기' 전시장도 나온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누군지 몰라도 이렇게 만들도록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칭찬받아야 한다.^^ 참 잘 만들었다. 진작에 아이들 데리고 와볼걸.
















집에 갈 시간이 다 되었다. 3시 반까지는 가야지 둘째가 학원가기 전에 이른 저녁밥을 먹일 수 있다. 더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다음에 또 와서 더 자세히 봐야겠다 다짐하며 버스를 탔다.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이 바로 앞에 있어서 편리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맑은 날씨를 보아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걷기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훌륭한 리더쉽의 표본인 두 분을 다시 보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오늘 걷기 : 21,960보


오늘 읽은 책: 아빠의 수학여행,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다 읽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숨쉬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