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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닫힌 너의 방문

by 해이나

오늘도 둘째의 방문은 닫혀있습니다.

저희 집은 모든 방의 방문을 잠그지 않습니다. 방문을 잠근다는 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둘째가 방문을 잠그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방문을 노크하고 방문 밖에서 말하기 시작했더니, 방문을 잠그는 것은 멈추었습니다.


함께 대화하고 웃고 떠드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둘째 없는 식구들만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춘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마음의 상처가 깊어 홀로 있을 시간을 주고자 애를 씁니다.


아이의 방문 앞에 설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슬픕니다.




고백


춘사월인데

꽃을 시샘한 바람이

밤새 기괴하게 불어대고

창문은 무섭도록 덜컹거렸습니다.


회색 구름 가득한 어두운 아침

모두가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는데

열리지도 불이 켜지지도 않는 방문 하나

그 앞에서 몇 번을 망설입니다


드디어 나온 그대

미소 가득 밥상을 차려주고

일어났음을 기뻐하며 부산을 떱니다


그럼에도 어쩌지 못한 시린 가슴

다독이며 현관을 나섭니다


아!

갑자기 눈앞에 하얀빛이 쏟아집니다

연분홍의 투명한 꽃을 가득 매단 벚나무가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인 듯

온 세상이 빛으로 충만합니다


맑고 순수한 봄날의 사랑스러움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하던데

아직 내 안에 사랑이 남아있나 봅니다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는 게 맞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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