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맑아진다

mind_poem1

by 마음의 시

슬픔이 오래 고인 땅은

밟을 때마다

안쪽에서 소리를 낸다


회색이라 부르기엔

조금 더 눅진한 냄새가

숨을 들이킬 때마다

목젖에 걸린다


젖은 발자국 하나가

뒤늦게 나를 따라오고

지워질 줄 알았던 자리마다

다시 물이 찬다


그날,

추억이라는 말을

아직 모르는 아이가

이유 없이 울고 있었다


울음은

땅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부서져

발밑으로 스며들었다


탁하게 흔들리던

그 눈물 속에서

삼키지 못한 말 하나가

목 안쪽을 긁고 지나간다


아무리 숨을 쉬어도

들어오지 않던 공기가

이제서야

혀끝에 닿는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숨이

발끝까지 내려와

조용히 멈춘다


그제야,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고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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