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7탄>
어떤 일은 우연과 행운으로 뜬금없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3월부터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받던 수업도 여름방학을 맞이하며 마무리가 되어갈 때였다. 평생학습관에서 올해 여름특강을 한다는 문자가 왔다.
‘재료비 안 들고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수업이 있나? 4주 안에 브런치 작가되기? 브런치가 뭐지? 아무튼 글을 쓰는 거네. 4번만 수업 받으면 되고, 뭐 전에 받았던 글쓰기 수업처럼 이론 좀 알려 주겠지.’
학창시절 글쓰기를 좋아했고, 글을 쓰지도 않으면서 쓰고 싶어만 하는 어른이 된 지금 기대 없이 시작한 수업이었다.
첫 수업시간이었다.
10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다 또 다른 꿈을 위해 그만두고, 여러 권의 책을 내셨다는 선생님은 활기가 넘치셨다.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에서 ‘글을 쓰고 싶은 것과 쓰는 것은 쥐며느리와 며느리의 차이’라고 했어요.” 내가 지금까지 쥐며느리였다는 구체적 현실감에 충격 하나.
“글 쓰고 올려주시면 피드백해 드릴께요.”수강생들 글을 전부 피드백해 주시겠다는 선생님의 열정에 충격 둘.
브런치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학창시절 키웠으나 어른이 되면서 가지치기하였던 꿈을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다시 싹을 틔울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우연과 행운이 겹친 나의 글쓰기 여정은 브런치북 쓰기로 시작되었다.
“헉, 조회수 봐봐. 동그라미 몇 개냐? 10,000건? 엄마 잘못 본 거 아니지?”
브런치북 첫 글을 올리고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깜짝 놀라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아이들도 신기한가 보다. “오~ 엄마 대단한데~” 아들의 칭찬에 쑥스러웠다.
“엄마도 작가야. 여기에 아무나 글 올릴 수 있는 줄 알아? 다 작가로 승인 받아야 올릴 수 있다고. 그런데 문제는 제목에 혹해서 들어 온 거 같아. 내용은 별거 없는데. 히히”
사실 이후는 조회수가 바닥을 기고 있지만,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깐 처음 선생님께서 전해 주신 열정만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글쓰기 여정 중 찾아온, 아주 불행한 시간 9월 4일 목요일 오전 9시 30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때 나는 우리 집 유일한 컴퓨터인 노트북에 아주 시원하게 커피를 쏟았다.
‘눈을 한 번 깜짝이거나 숨을 한 번 쉴 만한 아주 짧은 동안’이라는 ‘순식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전 10시가 되자 새벽 5시 30분, 내가 깨어 있는 시간부터 커피 쏟은 시간까지 일어났던 불길한 징조와 내 행동들을 곱씹고 또 곱씹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노트북을 끌어안고 서비스센터로 달려갔다. 일단 소독하고 말려보겠다는 기사님, 뒷날 기사님이 전화를 하셨다.
“그래도 전원이 안 켜져요. 아예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할 것 같은데요. 가격이 75만원 정도인데요”
“네??” 내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기사님이 나를 진정시키신다.
“잠시만요. 음. B급으로 하시면 38만원이에요.” 나는 간절하게 기사님께 물었다. “그게 최선인거죠?”
“네. 그게 최선입니다.” 전문가가 최선이라는데 더 뭐라 할 수 있는가.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나는 9월 4일 목요일 38만원 짜리 커피를 마셨고, 최선을 다한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