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밖은 아직 캄캄하다.
동이 터오려면 한 시간은 남짓 있어야 되지 싶다.
오래전부터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늘 하던 나만의 루틴이 있다.
밤새 수면모드로 되어 있던 내 몸을 활동 모드로 바꾸는 루틴이다.
발바닥 마사지를 하고 부엌으로 가서 따뜻한 물을 마신다.
그리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와 가볍게 온몸 스트레칭을 한다.
머리부터 발까지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머리를 손으로 잡고 목 운동을 하려는 순간 아뿔싸 목이 잘 움직이지를 않는다.
옆으로, 앞으로 돌릴 때마다 통증이 따르고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큰일이다.
10여 년 전에 같은 증상으로 MRI를 찍었는데 그때 목디스크 판정을 받은 이력이 있는 터이라 또 재발하였 것이 아닌가 걱정이 밀려온다.
그때는 다행히 심각한 정도는 아니여서 매일 스트레칭을 권하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지금까지 해왔는데 오늘 그때와 또 비슷하게 증상이 나타났다.
'목 디스크는 아닐 거야.
어제까지 괜찮다가 자고 난 아침에 갑자기 이러는 것은 아마 내가 잠을 잘못 자서 그럴 거야'
혼자 구시렁거리며 목을 제외한 나머지 스트레칭을 마저하였다.
골프장에 도착을 해서 골프복으로 갈아입고 start hall로 가는 도중에 아까보다 목을 움직이기가 더 힘들어졌다.
뒤에서 누가 부르면 고개를 돌리지 못해 아예 내 몸을 통째로 돌려 나를 부른 친구를 봐야 할 만큼 심했다.
골프가 목으로 하는 운동은 아니지만 그래도 워낙 예민한 운동이라 신체 일부분이 불편하면 바로 그 결과가 나오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어그적 거리는 나를 보던 친구 하나가 왜 이러느냐고 물었다.
선행(善行)은 감추고 병은 자랑하라고 하였던가?
아침에 이렇고 저렇고 해서 지금 이러고 있다고 하였다.
내 걱정은 혹여 목디스크가 아닐까 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더 큰 걱정은 수술을 해야 할 만큼의 심한 디스크이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의 병 자랑을 가만히 듣던 친구가 씩 웃는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나더러 겁쟁이이고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래도 내 말을 다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 보다야 백배 나았다.
심각하게 이야기 한 나의 말을 다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면 얼마나 걱정이 될까?
"왜 웃어?"
내가 물었다.
'내 말이 우스워?' 하는 뜻의 물음은 전혀 아니고 '별 일 아니다'하는 대답을 내심 기다란 물음이었다.
혈변을 본 사람이 밤새 혹여 대장암이 아닐까 싶어 걱정을 하다가 검사를 하였는데 어제저녁에 본 변이 너무 묽어 항문이 찢어져서 그런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을 기다리는 그런 마음이었다.
친구가 대답을 하였다.
'친구야, 나는 지금 자네 같은 증상을 1년에 몇 번씩 겪는다'하며 말을 시작하였다.
친구 말의 요점은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자주 근육이 뭉쳐서 생긴 일이고 그런 증상은 근육에 무리가 와서 생기기도 하고 너무 차가운데 노출이 되어도 생길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오늘 저녁 잠자리에 들 때 어깨, 목 주위를 따뜻하게 해서 자 보라고 하였다.
병의 진단과 발병 원인, 치료법까지 한꺼번에 다 알려주었다.
'이런 돌파리'하며 내가 친구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그 친구가 여간 고맙지가 않았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해준 친구의 말을 나는 그대로 믿고 싶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사실 병을 가진 사람한테 가장 큰 병문안은 '나도 그 병을 앓아보았는데 말이야'하는 것일 거다.
그날 이후 나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지도, 그 친구가 일러준 데로 목과 어깨 주변을 따뜻하게 해서 잠을 잔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내 목은 멀쩡하다.
돌파리 명의의 친구 진단과 그 돌파리를 그대로 믿은 나의 합작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