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인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광막한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별들, 계절을 예고하던 별자리, 질서 정연한 천체의 움직임.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인간은 거기서 무언가를 느꼈다.
질서, 조화, 리듬.
그 자체로 완전한 세계, 바로 코스모스였다.
문명의 첫걸음은 그 하늘 아래서 시작되었다. 코스모스를 이해하려는 갈망은 달력을 만들게 했고, 수를 세게 했으며, 세상의 이치를 풀어내기 위한 최초의 ‘과학’을 탄생시켰다.
과학은 그렇게, 인간이 우주와 다시 연결되기 위한 언어이자 항로가 되었다.
문명의 진보는 과학이 이끌었고, 과학적 성취는 곧 문명 진보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 사회의 성숙도는 자연 현상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되었다. 인류 문명은 과학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축적을 넘어,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문명 전반의 변화를 촉진했다.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자연철학은 문명의 중심축이었으며, 이들 문명이 주변 부족사회보다 ‘고등한’ 문명으로 인식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과학적 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슬람 황금기라 불리는 8~13세기,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에서는 천문학, 수학, 의학이 발전하며 문명이 절정기를 맞았다. 이후 이 과학적 자산은 유럽 르네상스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중세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과학혁명은 기존의 신학 중심 질서를 해체하고, 근대 이성 중심 사회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산업, 의학, 정치까지 문명의 전 영역이 변화를 맞이했다.
이후 산업혁명시기의 과학의 공학적 응용은 대량생산, 도시화, 교통혁신 등 문명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인류 문명의 전환점이나 황금기에는 항상 '과학'이라는 단어가 숨어있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문명이 가진 과학기술의 경쟁력은 선진국의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이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 수준은 경제력, 국방력, 복지 수준 등 거의 모든 문명의 구성 요소와 직결되며, 국제 사회에서 ‘문명국’으로 인정받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실상이 이러하니 "과학이 문명을 이끈다"라는 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과학은 세상을 위협하는 무기로 변모했다. 과학은 본래 코스모스를 이해하려는 탐구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이 기술로 전환될 때 사회적,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활용되며, 결과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거나 파괴하는 ‘힘’이 되었다.
핵무기의 탄생은 과학이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무기가 된 대표 사례가 되었고, 생명공학은 유전자 조작을 통한 의료 혁신을 이루는 한편, 치명적인 병원균을 설계해 내는 생물무기로도 전용되었다. 과학은 언제부터인가 생명을 살리는 손이자, 생명을 위협하는 손이 되기 시작했다.
또한 과학이 국가 권력이나 기업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방향으로 ‘설계’되기도 하며, 지배의 도구,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인류는 그 힘으로 지구의 주인이 되었고, 마침내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젠 그 힘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성찰하지 않는다면, 과학은 인류를 진보가 아닌 파멸로 이끌어 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직 과학은 그 본질을 잃지는 않았다. 코스모스에서 비롯된 지식인 과학은 인류가 별을 향해 로켓을 쏘아 올리게 만들었다.
우리는 다시 우주로 항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항해는 단지 외부로의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코스모스’, 질서와 조화의 세계를 되찾기 위한 내면의 항해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여기 2장에서는 인류의 과학사를 따라가며 인류문명이 코스모스를 향한 항해를 시작하기까지의 그 찬란한 여정을 되짚을 것이다.
1장에서 문명의 발자취를 따라간 것처럼, 여기에서도 문명과 함께 진화해 온 과학의 발자국을 살펴보려 한다. 왜냐하면, 인류 문명의 발전에서 과학의 역할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오해했는지, 그리고 다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다.
인간은 과학을 이끌었고, 과학은 인류 문명을 형성했다. 그 상호작용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미래를 위한 해답을 찾게 될 것이다.
과학은 언제부터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되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코스모스를 꿈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