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pproaching1

# 51

by 더블윤

이 글은 연재 중인 장편 SF소설입니다.
첫 화부터 감상하시길 권해드립니다.





Boy's


레일에 의한 가속과 이온 추진기의 추력을 통해, 셔틀은 고요한 우주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지구의 궤도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었다.
푸른빛으로 물든 거대한 행성이 점점 커져가고,
창문 밖으로는 달과 지구 사이의 암회색 공간을 유영하는 함선들의 그림자가 흘러갔다.
회백색의 거대한 함선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대기 중이었다.
그들의 주위에는 수십 대의 작은 우주선들과 셔틀들이 기계처럼 왕복하고 있었다.
우리가 탄 셔틀도 그 무수한 왕복선들 중 하나처럼 보였기에, 아무도 아직 우리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때, 셔틀 안의 통신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여기는 루나포트 뉴휴스턴 OCN(Orbit Control Nexus) 관제센터. 현재 귀측 왕복선, 식별 코드 SS-59 셔틀의 운항 승인 코드를 확인하지 못했다.
운항 승인 코드를 불러주길 바란다.”

“어떡하죠?”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걱정 말아요. 아직까진 우릴 의심하지 않아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군요.”
딜런이 짧게 숨을 내쉬며 조종석의 통신 버튼을 눌렀다. 그가 침착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여기는 SS-59 셔틀. 재확인 바람. 현재 SS-59는 예정된 순찰 임무 수행을 위해 지구 궤도로 접근 중.”

짧은 정적 후, 다시 냉정한 음성이 돌아왔다.
“여기는 뉴휴스턴 OCN. 오늘 SS-59 셔틀에 배정된 임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운항 승인 코드를 불러주길 바란다.”

딜런은 이내 낮게 중얼거렸다.
“좋아, 일단 규칙대로 해보자고.”

그는 천천히 통신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폭스트롯. 알파. 킬로. 에코. 찰리. 오스카. 델타. 에코. 제로. 나이너. 이상. 확인 바람.”

잠시 후 관제사의 차가운 음성이 돌아왔다.
“수신. 코드 조회 중. 감속 후 현재 궤도에서 대기 바람.”

그러나 셔틀은 감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딜런은 속도를 조금 더 올렸다.

“코드 조회 결과, 일치하는 운항 명령이 없다. SS-59는 즉시 감속 후 루나포트 상공 30도 궤도로 이동하라. 불응 시 자동 방위 프로토콜이 발동된다.”

“자동 방위 프로토콜이 뭐죠...?”
내가 중얼거렸다.

딜런이 조종석의 버튼들을 누르며 말했다.
“일종의 안전 장치이죠. 허가되지 않은 궤도 접근을 감지하면, 즉시 락온하는 시스템이에요. 쉽게 말해, 우리를 격추하겠단 뜻이에요.”

"그렇다면 빨리 속도를 올려서 이곳을 벗어나요!"
칼리뮤가 덧붙었다.

딜런의 손이 조종간을 부여잡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요. 지구의 중력권에 충분히 가까워져야 해요.”
"그러니 더더욱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갑자기 속도를 올려 여기서 의심을 사게 되면 GU의 전투기들이 뒤따라올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추격을 뿌리치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일단 지구 중력권에 들어가면, 그들이 전투기를 보내더라도 중력 보정이 어려워져요. 그때부터는 우리 쪽이 훨씬 유리해집니다.
그러니 우선 지금은... 순항 속도를 유지해야 해요.”
딜런이 단호히 말했다. 칼리뮤는 그의 말에 납득이 간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다시 교신이 울렸다.
“SS-59, 감속하지 않으면 자동 방위 프로토콜이 작동한다. 반복한다—”

딜런은 통신 버튼을 다시 눌렀다.
“아... 뉴 휴스턴...? 시스템이 잠시 다운된 것 같다. 응답이 늦어질 수 있으니 기다려주길 바란다.”

관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엔 노골적으로 분노가 섞여 있었다.
“모니터링 상으로는 셔틀에 아무 이상이 없다. 즉시 감속 후 지시 궤도로 이동하라!”

“빌어먹을, 이 기체 정비는 누가 한 거야?”
딜런이 교신 버튼을 누른 채 일부러 욕설을 섞으며, 고장 난 연기를 실감 나게 이어갔다.
그의 손은 어느새 조종석의 추력 레버를 꽉 잡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잠시 돌아보며 말했다.
“꽉 잡아요. 이제 지구 중력권으로 진입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그는 레버를 앞으로 힘껏 밀었다. 순간 셔틀의 엔진이 폭발하듯 포효했다. 몸이 뒤로 쏠리며 의자에 강하게 눌렸다. 기체가 진동하고, 관제 신호음이 격렬하게 울렸다.

“SS-59! 멈춰—!”
지지직거리는 노이즈가 통신을 뒤덮었고, 이내 통신이 완전히 끊겼다.
그리고 동시에 귀를 찢는 듯한 경보음이 조종석에서 울려 퍼졌다. 붉은 경고등이 깜박이며 셔틀 내부를 물들였다.

“이 소리, 위험한 건가요!?”
나는 소리쳤다.

"저들이 우릴 락온했다는 경보음이에요! 하지만 아직은 괜찮아요. 어뢰의 유도기능은 우주공간에선 거의 의미가 없거든요! 진짜 위험한 순간은 대기권에 진입했을 때에요!"
경보음 소리에 음성이 묻히지 않기 위해 딜런도 소리쳤다.

“그건 왜죠!?”
“GU의 위성들이 미사일로 무장돼 있거든요! 대기권 안에선 이 셔틀의 기동력으로는 절대 따돌릴 수 없어요!”
딜런의 목소리가 엔진음과 뒤섞여 울렸다.

“그럼 어쩔 건데요!?”
“그야, 미사일보다 빨라야죠!”
“그게 무슨...!”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체가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셔틀의 외벽이 붉게 달아올라 불길이 치솟았다. 시야가 흔들리고, 창문 밖으로 대기권의 불타는 입자가 휘몰아쳤다.

몸이 다시금 압축되는 듯, 숨이 턱 막혔다. 그리고 불타는 셔틀의 궤도 너머로 푸른 행성의 대기층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유리 너머로 휘몰아치는 불빛들이 길게 늘어지고,
붉은 파편들이 회전하며 날아갔다. 마치 불타는 비가 역류하듯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기체 온도 상승! 외피 마찰 온도 2,000도 돌파!”
딜런의 목소리가 어딘가 멀리서 들려왔다. 공기의 떨림과 함께 그의 음성도 진동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노라! 자세 고정해요!”
칼리뮤의 외침에 몸을 웅크리며 안전벨트를 더 조였다. 그녀의 얼굴은 붉은빛과 청백색 반사광 속에서 번갈아 물들었다. 눈빛은 차분했지만, 그 차분함 속에 배어 있는 긴장감이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대기 마찰 한계 도달! 고도 35km 통과 중!”
딜런의 외침이 꿈속의 소리처럼 몽롱하게 들려왔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불길 사이로 희미하게 푸른 곡선이 드러났다. 짙은 푸름이 불길을 가르며 번져나가고 있었다.
내 시야는 붉은빛과 푸른빛이 섞인 혼돈 속에서 흔들렸다.

하지만 그 불길 사이로, 점점 또렷하게 드러나는 푸른 곡선,
구름, 바다, 그리고 대륙.
생명을 담은 색이 보이기 시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