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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roaching2

# 52

by 더블윤

이 글은 연재 중인 장편 SF소설입니다.
첫 화부터 감상하시길 권해드립니다.





Boy's


마침내 셔틀은 불타는 껍질을 벗겨내듯, 대기의 장막을 뚫고 나왔다. 높은 속도로 진입한 탓에 기체의 손상이 많은 듯 보였지만, 다행히도 비행에 무리는 없어 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적당한 착륙장소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내, 좀 전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불길한 경보음이 기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셔틀 내부가 다시 새빨간 빛으로 물들었다.

빼앵—! 빼앵—!

"미사일 접근 경보예요! 꽉 잡아요!"
딜런이 조종간을 움켜쥐며 외쳤다.

셔틀의 엔진이 포효하며 푸른 화염을 뿜었고, 기체가 거의 수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온추진기가 다시 불을 뿜었지만, 대기권 내 비행용으로 설계된 기체가 아니었기에 셔틀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레이더의 한쪽 구석, 붉은 점 두 개가 빠르게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딜런이 이를 악물고 머리 위의 레버를 당겼다. ‘치익—!’ 하는 소음과 함께 화물칸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실려 있던 작은 정찰 드론 여러 대가 순식간에 셔틀의 뒤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중 하나의 드론이 미사일 궤도와 교차하자,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강렬한 충격파가 셔틀의 후미를 때렸다. 기체가 뒤틀리며 요동쳤지만, 딜런은 악착같이 조종간을 붙잡았다.

“한 기는 처리됐어요!”
딜런이 외쳤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드론 무리를 헤집으며 그대로 추격해 왔다. 지옥 같은 속도로 파고드는 그 불덩이의 화살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셔틀은 한계 속도에 도달했고, 기체의 진동이 극도로 심해졌다. 계기판의 붉은 경고등이 일제히 점등됐다.

그때, 구름이 걷히며 지상의 풍경이 드러났다.
푸른 바다, 그 위를 덮은 흰 구름들, 그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초록빛의 대륙. 너무도 선명하고, 너무도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수없이 봐왔던 지구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장면이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그것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하늘의 색은 더 깊고, 바다는 단순한 푸름이 아니라, 하얀색 태양 빛을 그대로 반사하며 일렁이는 살아있는 유기체 같았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충돌 경고! 풀 업! 충돌 경고! 풀 업!」

갑자기 흘러나온 또 다른 경고음이 다시 현실의 문을 열었다. 각기 다른 종류의 경고음들은 지금의 혼란을 대변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위험해요! 기수를 올려야 합니다!"
칼리뮤가 외쳤다.

"윽! 이제야 거리를 벌리고 있는데...! 중력가속도가 엄청날 거예요! 마음의 준비해요!"
그렇게 외친 딜런은 조종간을 힘껏 잡아당겼다.

순간, 몸이 의자에 박혔다. 폐가 찢어질 듯 압박이 가해졌고, 시야는 점점 좁아지며 터널처럼 어두워졌다. 평소보다 몇십 배는 더 무겁게 느껴지는 몸무게가 온몸을 압박하기 시작했지만, 힘껏 숨을 내뱉고 근육에 힘을 주며 간신히 정신을 유지했다.

기체가 요동치며 궤적을 바꾸는 순간, 창밖의 파란색 세상이 뒤집혔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경계가 한 줄의 빛으로 섞였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치던 기체를 셔틀의 작은 날개가 조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미처 기수를 올리지 못한 셔틀의 몸체가 그대로 바닷속에 뛰어들기 일보직전이었다.

"부딪히겠어요!"
나는 시트를 강하게 붙잡으며 소리쳤다.

“꽉 잡아요!”
딜런이 외치며 버튼을 누르자 셔틀의 아래쪽 노즐에서 거센 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공기가 만들어낸 거센 충격파가 바닷물을 밀어내며 물의 구덩이를 만들었고, 셔틀은 순간 바다 위 멈춰 선 배처럼 두둥실 떠올랐다. 공기 저항을 이용한 급상승이 이루어지자 기체는 휘청거리며 다시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셔틀의 바닥이 해수면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스쳐갔다.

갑작스러운 방향전환에 대응하지 못한 미사일은 이내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커다란 믈줄기가 솟구쳤고, 우리는 그것을 뒤로한 채 다시 이온추진기를 가동했다.

셔틀 안의 공기는 한동안 정적에 잠겼다. 요란하던 경보음도, 진동도, 이제는 거의 사라졌고, 기체 손상을 알리는 경보음만 작게 '삐, 삐'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간신히 숨을 고르며 물었다.
“… 성공인가요?”

딜런이 레이더를 내려다보며 낮게 대답했다.
“아마도요…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에요. GU가 우리를 놓칠 리 없죠. 정찰 드론을 보내올지도 몰라요.”

그는 여전히 주위를 살피며 해안선을 좇았다. 멀리, 황금빛으로 물든 대지 위에 하얀 구름이 부서져 흩어지고 있었다.

셔틀은 백색의 모래사장을 스치듯 지나, 고도를 낮춰가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엔진은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이 금속 비명을 질렀다.

바로 그때 적색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순식간에 조종석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귀를 찢는 듯한 경보음이 다시 울려 퍼졌고, 조종석 패널 위의 계기들이 미친 듯 깜박였다.

"한 기가 더 있어요!"
딜런이 외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추력 레버를 앞으로 밀었다. 하지만 엔진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었다. 기관의 진동은 불안하게 떨렸고, 출력 게이지는 붉은 선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레이더 상의 붉은 점 하나가 점점 커지며 우리를 향해 곧게 날아들고 있었다. 죽음의 궤적이었다.

“저기 숲이에요! 나무들 속으로 들어가요!”
칼리뮤가 앞을 가리켰다.

해안선 너머로 검푸른 밀림이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그 나무들은 서로 엉켜 마치 녹색의 장벽처럼 솟아 있었다.

딜런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이를 악물었다.
“이건 미친 짓이에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지금 당장!”

망설이던 딜런은 이를 악물며 조종간을 틀었다.
셔틀이 요동치며 급선회했다. 외벽의 패널들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기내로 스며들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그의 외침과 함께 셔틀이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돌진했다.

짙은 녹색의 파도가 눈앞을 덮쳤다. 거대한 나무줄기들이 차례로 부러지며 ‘꽈직! 꽈직!’ 하는 굉음이 유리창을 때렸다. 파편이 튀고, 기체가 크게 기울며 몸이 좌석 밖으로 던져질 뻔했다. 쇳덩어리가 통째로 찢겨 나가는 듯한 진동이 온몸을 뒤흔들었다.
그 모든 혼란 속에서도 기계음 하나가 선명하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미사일 접근 경보. 5... 4...」

미사일이 우리의 머리 위로 날아들고 있었고, 딜런은 입술을 깨물며 악착같이 조종간을 잡았다.
“제발...!”
그의 목소리는 마치 속삭이듯 조용히 울렸다.

나는 흔들리는 의자에서 몸을 겨우 일으켜, 옆에 앉은 칼리뮤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붉은 경광등과 섬광에 번갈아 물들고 있었다.

「3... 2...」

바로 옆 좌석에 앉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보였다. 입술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고, 그 순간 시간이 느리게 늘어졌다. 그녀가 서서히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슬로모션처럼 지나갔다. 미안하다는 그 표정.

왜 지금 그 옛날의 장면이 떠오르는 걸까.
왜 지금, 그날의 불빛이 다시 눈앞을 가득 채우는 걸까. 우리 부모님을 빼앗아간 그때의 그 사건이, 왜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걸까.

「1...」

시간이 멈추었다. 소리도, 빛도, 진동도. 한순간, 세상이 숨을 멈춘 듯 고요했다.
그리고 눈앞에 있을 수 없는 장면들이 겹쳐졌다. 나에게 달려들어 와락 껴안아 주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그 뒤편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화물드론의 모습.

왜 지금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장면이 눈앞에 나타난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해야만 하는 행동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팔을 뻗어 칼리뮤를 끌어안았다. 내 몸이 담요처럼 그녀의 몸을 덮었다.


그리고 이어진 커다란 충격.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어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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