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를 뛰어넘는 방법, 이 방법뿐이다.
TV나 유튜브 프로그램을 보면 학창기 자녀와 부모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부모는 공부에 매진해야 할 아이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지만,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고가의 진로상담을 받거나 대치동 학원으로 아이를 실어 나르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30년 가까이 대치동에서 입시 사교육 지도해 온 윤도영 선생님의 말은 귀 기울일 만하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수록 부모는 ‘우리 아이는 특별하다’ 거나 ‘시키면 상위권이 될 거다’라는 헛된 기대를 품는다”라고 말한다.
선생님은 단언한다. 학원이나 고액과외로 성적을 조금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부모가 바라는 ‘전국 1% 극상위권’은 절대 만들 수 없다고. 이유는 냉정하게도 ‘유전자’ 때문이라 말한다.
실제로 교사의 자녀가 교사가 되고, 의사의 자녀가 의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유전적 영향이든, 직업 세계에 대한 경험과 환경적 요인이든, 부모가 가진 세계가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부모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를 아이에게 그대로 물려주기는 어렵다. 아마 그래서 윤 선생님은 그것을 간단히 ‘유전’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의사도, 서울대 출신도, 특별한 유전적 배경도 없는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유전을 뛰어넘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아니다. 분명 엄청난 유전자를 받고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극상위권인 아이들이 있다. 유전과 환경은 분명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유전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지성 작가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라는 책을 10회 이상 정독했다. 책으로 아이를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 책으로 아이를 기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일 거라는 나의 믿음을 그 책은 체계적으로 설득력 있게 기술했다. 나는 독서를 통해 아이를 천재로 기르고, 우월한 유전자의 힘을 갖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중국 사상가 왕안석은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와 성공의 기반에는 독서가 있다. “전 세계 0.1퍼센트 부자들은 인문 고전을 읽는다”에 이르기까지 나의 자녀 교육관은 그렇게 체계화되었다.
잠자리 독서, 자투리시간 독서, 무한정 몰입독서 등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해 오던 나의 독서교육은 <리딩 리드>를 통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아이가 7살이 되면서 나는 드디어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유전적으로 물려주지 못한 우수한 두뇌를 독서를 통해 천재의 두뇌를 바꿀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아이의 인문고전 독서를 위해서는 먼저 부모인 나의 인문고전 독서가 선행되어야 했다. 부록에 나온 책 목록을 살피며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아이를 위한 인문고전 읽기 플랜이 마련되었다. 아이에게는 동양고전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공자의 <논어>부터 아이와 함께 읽어나갔다.
아이에게 명확히 말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논어>를 읽는 청소년은 극히 드물다. 그러므로 읽기만 해도 이미 경쟁에서 차별화된다는 것과, 말씀을 읽고 되새길 때마다 생각의 폭이 넓고 깊어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의 인문고전 읽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챕터로 기록한 바 있어 실천 방법은 생략한다.
인문고전 읽기를 진행하면서 아이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변화했다. 인과 극기복례를 기본으로 하는 논어의 핵심 사상은 아이의 뇌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인을 기본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무엇보다 부모를 대함에 공경스러워졌다는 것은 말이나 행동으로 보여졌다. 독서는 사고력과 자기 성찰 습관을 키워 학습 태도를 바꿨고, 이 태도가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수학 61점이라는 점수를 받아 들고 학원 없이 과외 없이 혼자 공부하면서 두 달 만에 100점에 이르는 경험을 함으로써 자신을 극복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직접 전화를 주신 적이 있다. 아이가 전교 1등을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떤 학원을 다니고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는 말에 선생님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진짜 자기주도 학습이 빛을 내는 시기다. 어려서부터 어려운 구조의 문장을 익히 읽었던 아이는 수능 모의고사 지문에 등장하는 길고 난해한 구문이나 문장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국어 모의고사는 언제나 전국 99% 이상의 점수를 기록했다.
고등학생들이 국어가 어려워서 쩔쩔맬 때, 아이는 자신이 지금껏 쌓아온 독서의 결과물로 쉽게 앞서갈 수 있었다. 국어에 할애하지 않는 남는 시간은 부족한 수학에 몰입했다. 수학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신에 수학 3등급이 한 번 찍히고 아이는 방학 내내 홀로 공부하는 곳으로 자신을 유폐시켰다. 눈뜨고 잠들기 전까지 오로지 수학에만 매달리고 토할 때까지 문제를 풀었다던 아이의 말은 진정성이 있었고, 이후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결국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게 되었고, 지금은 의대에 재학 중이다.
아이가 성공하고 공부에 진심이길 바라는 부모는 많다. 하지만 최고의 유전자 앞에 좌절해서 극상위권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서글픈 일이다. 만약 먼저 독서하는 모범을 보이는 부모라면 유전자를 뛰어넘는 독서의 힘을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만약 내 아이를 극상위권으로 키우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도서관에 가자. 함께 책을 빌리고, 책 속에서 뒹굴며 시간을 보내자. 나 또한 평범함에서 한참 부족한 부모라 생각했기에, 아이를 내가 키우는 대신 반드시 책이 키우도록 하겠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책을 읽어주고, 나 스스로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자식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원하고 선택하게 될 때, 부모는 깜짝 놀랄 순간을 맞게 된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전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깨닫고, 스스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길을 이루어낼 것이다.
유전이 아이의 출발점을 정한다면, 독서는 아이가 도달할 수 있는 도착점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