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던 아이, 칭찬하는 아이로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주자

by 이채이

초등 2학년인 우리 반에 ‘욕쟁이’ ‘무서운 애’로 소문난 아이가 있었다. 친구들에게 거친 말을 툭툭 던졌고, 교우관계는 늘 불안했다. 온순한 아이들은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그 아이를 피했다. 사소한 다툼은 금세 싸움으로 번졌고, 사과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아이와 단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알고 보니 중학생 형이 쓰는 말을 무작정 따라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야간 식당 운영으로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형에게 맡겨진 아이는 어떤 말이 적절하고, 왜 어떤 말은 상처가 되는지 배울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거칠게 쏟아내는 말의 악의보다, 그 말에 대한 무감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나 역시 오빠들 사이에서 자라며 듣기 거북한 말들을 자연스레 입에 담았던 기억이 있다. 아직 말의 무게도 말의 결도 배우지 못한 아이를 그저 혼내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혼내기보다는 이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기로. 무작정 사랑이라는 것을 줘보기로.


쉬는 시간 말싸움이 벌어지면 무작정 잘잘못만을 따지기보다는, 먼저 이 일이 왜 생겼는지를 물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싸움은 한순간의 분노가 아니라, 오래된 감정의 앙금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유치원을 함께 다니면서 생겼던 오해와 감정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채 형식적인 사과만 주고받고 넘겼던 일이 감정을 곪게 만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인내심 있게 들어주고, 그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렇게 해소된 오해는 뒷 끝을 남기지 않았다. 그제야 아이들은 다시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쉬는 시간, 장난감 사용 시간이나 놀이 규칙을 정하는 문제처럼 사소한 일에서 말다툼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말싸움을 무조건 금지할 수는 없다. 그들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규칙을 정하고, 의견을 조율해 가는 건강한 논의는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종종 특정 아이가 마치 자신이 왕이라도 되는 양, 친구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기 뜻만 밀어붙이려 드는 모습을 본다. 늘 인정받는 데 익숙한 아이는 타인의 반대에 취약하고, 갈등 상황을 자기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받아들인다.

더구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아직 언어로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시기다. 억울함이나 불공정함을 느끼더라도, 그 감정을 차분히 풀어내지 못한다. 아이는 그저 감정에 휩싸이고, 그 감정이 터질 즈음,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욕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욕이 가진 즉각적인 ‘효과’를 학습한다. 상대의 말문을 막고, 상황을 강제로 끝내거나 우위를 점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욕이라는 표현에 길들여지고, 감정을 다루는 건강한 방식과는 점점 멀어진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려는 찰나에 “한 박자 쉬고, 선생님께 와서 상황 이야기하기”를 연습시켰다. 처음에는 어색해하고 망설였지만, 아이가 욕을 참아내고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나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리고 꼭 말했다.

“화내지 않고, 욕하지 않고 선생님한테 와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말해주었다. 믿음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조용히 나를 쳐다보더니 눈가를 붉혔다.

“진짜 오랜만에 칭찬받아봐요…”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게 칭찬이면 넌 하루에 백번도 더 칭찬받아야 해..”라고.

거친 말이 줄었고, 목소리에 부드러움이 생겼다.


어느 날, 아이가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너 그래도… 그림은 진짜 잘 그린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살짝 미소 지었다. 나중엔 싸움이 난 친구들 사이에서

“야, 근데 너도 걔가 이런 거 잘한 건 인정하지?”라며 중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내가 했던 말을, 이젠 자기가 친구에게 하고 있었다.

아이의 말은 곧 그 아이의 세계다. 칭찬은 영혼의 비타민이라는 말이 있다. 인정받은 아이는, 인정하는 사람이 된다. 칭찬을 들으며 바뀐 아이는, 이제 칭찬을 건네며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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