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못 읽는 벌을 받을래요. 오늘 제가 제일 큰 잘못을 했으니까요.”
아이가 말했다.
눈물 맺힌 두 눈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작은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졌다. 아이는 뭔가를 결심한 듯, 입술을 꾹 다문 채 서 있었다.
그날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부엌을 비췄다.
빨래를 널고 돌아오는 길에 보이지 않는 아이, 그때 들려온 소리는
“아야.. 엄마...!”
세탁기 쪽이었다. 급히 달려가 보니, 드럼 세탁기 안에 아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문을 닫으려던 그 순간, 나는 빨래 바구니를 놓친 채 외쳤다.
“세탁기 안에서 뭐 하는 거야!”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
“숨바꼭질이요… 엄마 놀라게 해 주려고.”
나는 세탁기 문을 열어젖히고, 아이를 꺼냈다.
작은 손으로 바닥을 짚고 기어 나오는 그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 순간, 경청도 허용도 다 잊고 아이를 다그쳤다.
“세탁기 안에 들어가면 절대 안 돼! 위험하잖아!”
“… 알고 있어요.”
“알면서 왜?”
“엄마 놀라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냥 장난으로.”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그건 장난이 아니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행동이었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네 생명이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엄마가 그렇게 놀랄 줄 몰랐어요.”
잠시 후, 뭔가를 결심한 듯한 아이는 나직하게 말했다.
“오늘 책 안 읽을게요. 벌로요.”
무심코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책을 못 읽는 벌을 받을래요. 오늘 제가 제일 큰 잘못을 했으니까요.”
마음 한구석이 뭉클했다.
추궁하던 나의 말들이 조용히 가라앉고, 가슴속 어딘가에서 부드러운 감정이 밀려왔다.
가장 좋아하는 책을 읽지 못하는 벌. 그 선택에, 아이의 후회와 책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동안 함께 쌓아온 책 읽는 시간이 아이 마음속 깊이 뿌리내렸음을 느꼈다.
허용이란 뭐든 다 하게 두는 게 아니다. 경청이란 아이 말대로 따라주는 게 아니다.
아직 판단이 미숙한 아이에겐, 안전한 경계와 분명한 훈육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아이는 사랑과 책임, 생명의 무게를 배운다.
그날 책이 없는 하루는 길고 지루했다,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 약속을 지키며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들었던 그 소리를... 그건 책 속 글자보다 더 깊이 새겨진, 아이 자신의 문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