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온 산하를 적시는 강물이다. 실개천이고 도랑이다. 시작을 알 수 없어 그저 흐르고 흐른다. 흐르다가 고이고, 고이다가 맺혀서, 응축되어 더 오래 쓸고 간다. 그리움이 쓸고 간 강바닥은 황폐해져서, 무던히도 쌓인다. 마음에도 하류가 있다면 그곳에 온갖 그리움이 밀려들 것이다. 무게가 없는 그리움이 쌓여서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되기도 한다.
그리움은 자주 회귀한다. 먼 대양으로 보내버린 마음이 돌아온다. 계절이 바뀌면 연어가 돌아오듯,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물고기의 기억을 막을 수 없다. 기억의 중심에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용감했던 항해와 사랑을 지킨 당당함으로, 기어이 강으로 돌아와 흐른다. 생의 근원을 향해 오르던 회귀어들은, 고향의 강에 더 많은 그리움을 풀어놓는다. 이들의 본성 앞에 말을 잃어버린다.
강가에 앉아 있는 날은 시간의 체로 그리움을 건진다. 성긴 체로 강물을 걸러내면 아픔이 딸려 나온다. 고독과 친구 한다는 아픔은 수만 개의 상처를 잊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물살이 깊은 곳에 고독마저 소용돌이치고 있었나 보다.
고운 체로 걸러낸 물은 더 진한 기다림이 녹아 있다. 그리움과 가장 친한 기다림이 거기서 웅크리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 것이 기다림이 되고 아픔이 된다.
당신을 그리워할 때면 목덜미의 맥박이 요동치고 손끝이 찌릿하다. 당신은 내가 놓쳐버린 많은 시간 속에 있다. 시간이 강처럼 흘러서 온몸에 가득하다. 너의 지향을 알아듣지 못함은 오랜 습벽 같은 나의 무지였다. 아픈 기다림이 그리움으로 녹아 혈관 곳곳을 흐른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흐르는 것이 아니라 피어오르는 강안개처럼, 순식간에 전부를 점령해 버린다.
당신이 내 마음을 사로잡을 때처럼 기쁘고 아픈 것이 엄습해 온다. 당신의 잠식은 폭력적이지 않고 부드러우며 흔적이 없다. 통제하지 않고 스며들어 어루만졌다.
사랑은 본디 그러해야 한다고 당신은 가르쳐주었다. 나는 당신의 가르침이 좋아, 자취를 남기지 않는 허무의 안갯속에 오래 서 있었다. 고요하고 아련한 것들이 스쳐 갔다.
온몸의 털구멍마다 꽉 들어찬 것은 모진 그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