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시를 쓰려다 그만두었다.
가을 오후에는 마당을 쓸지 말라던 당신의 말씀에 순종한다.
가만 서서 은목서의 잔향을 삼킨다. 당신의 말이 달콤해서 솜사탕처럼 녹았다.
서리처럼 내려앉은 향기 뭉치를 차마 쓸어 낼 수 없어, 오늘도 그의 비질은 멈칫거린다.
거친 걸음으로 산길을 달려오는 바람에게 손사래 치며 나무란다.
발길에 놀라 와르르 향이 쏟아질까 조마조마하다.
오후의 꽃그늘에서, 이만큼 다디단 꿈을 꿀 수 있다면 시월이 금세 가득 차리라.
마당에 이는 작은 회오리가, 떨어진 꽃잎을 주워서 햇살에게 내달린다.
방울을 단 고양이가 풀쩍 뛰어 따라간다.
넝쿨 사이로 무릎을 꿇은 노루가 고개를 내밀어 쳐다본다.
칡꽃을 따먹고 긴 트림을 한다. 산초 잎의 매콤한 향과 칡꽃의 달콤함이 바람에 섞인다.
들판에 구절초가 하얗게 숨을 고르며, 가을의 열기를 털어내고 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북방의 오리 떼가 온다.
새들이 싣고 날아오는 자작나무의 향이 사방에 퍼진다.
나무가 아프게 외피를 벗을 때 낸 신음이, 새들의 울음처럼 들려온다.
물기를 말리고 제 살을 떼어내는 나무의 일은, 만 리를 넘어오는 북쪽의 새들에게 용기를 준다. 물길을 찾게 하고 하늘길을 안내하는 무언의 존재를 따라, 남으로 전진하는 새 떼의 겨울은 신비롭다.
새들이 언덕을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시인은 글을 떠올렸다가 이내 삼켰다.
새 떼가 고요한 하늘을 지나가면서 시베리아의 입김을 뿌려주었다. 내려다본 땅에는 충실하게 가을걷이하는 사람들과 길잡이 은행나무가 버티고 섰다. 새 떼가 은행나무 가에 내려앉는다, 비로소.
멀리서 실어 온 신령한 것들이 잎마다 깃들어 노란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다시, 은행나무 아래서 시를 쓴다.
시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변해가는 것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는 완성된다.
한갓, 새들이 시의 언어를 물어다 주는 것인가 의심하지 말고. 속절없이 물들어버린 나무를 원망하며 주먹질도 하지 말고. 은목의 향기도 아쉬워 말고.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하루는, 가을처럼 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