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도착하는 법

by 이채이

걷고 있었다. 당신을 만나기로 한참이었다. 나의 걸음은 당신에게 향하고, 당신의 걸음은 나에게 닿을 것이다. 늘어선 카페와 식당마다 사람이 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서로 만나고 웃고 일상의 음식을 나눈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반가움이 마중을 나와 당신을 반기고, 당신의 설렘이 내 발걸음을 말없이 조종한다. 홍조로 붉어진 얼굴은 약속 시간에 맞춰 박동하는 심장의 수줍음이다. 우주의 별빛 아래, 우리가 기어이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다.


낯선 땅에서 당신을 만나러 갈 때, 손에 들고 있던 낡은 지도는 오래 사귄 친구 같다. 벗은 당신에게 이르는 길을 오래 기억해 온 듯, 조심스레 펼쳐 보였다. 당신에게 닿기까지의 시간과 거쳐야 할 수많은 역이 지도의 주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당신의 마음으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한다. 단지, 당신의 눈이 나를 기억하고, 말속에 숨어 있는 기쁨이 먼저 알아봐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세상에 없던 길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


만남이라는 사건은 관계의 시작이자 지속이다. 같이 있어도 외롭다는 사람들에게 놓아줄 수 있는 진정제는 진실한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만남의 본질은 거리의 가까움에 있지 않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영혼의 깊이에 있다. 영혼과 영혼이 기적처럼 포개지는 곳에서 사랑과 신뢰는 단단히 다져진다. 그사이 기쁨과 행복은 속눈썹 사이로 흘러드는 부드러운 달빛처럼, 영혼을 은은하게 어루만진다.


홀로는 살 수 없는 불우한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에게, 그리움은 축복이다. 그리움의 시간은 쓰면 닳아 버리는 말이 아니다. 쓰면 쓸수록 짙어지고, 오래될수록 가득 찬다. 밑 빠진 독에 그리움을 부어보라. 그리움의 샘은 마르지 않을 테고 독은 차고 넘치지 않는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 영혼을 소중히 품고 걷는다. 심장에 가까운 안쪽 호주머니에서 영혼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다. 함께 온 고독은 가끔 분리불안을 겪는 어린것처럼 보챌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움의 떨림이 끝내 고독과 발을 맞추어 당신에게 다가갈 것을, 나는 믿는다.


그리움이 영혼을 이끌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에게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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