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수제비

by 이채이

나의 글이 칼국수나 수제비였으면 좋겠다.

이국의 소스로 버무리고 끓이는 스파게티나 오일로 범벅하는 파스타가 아니라, 소소한 재료만으로도 담백한 맛을 내는 그런 글이면 좋겠다.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밀가루 반죽만으로도 출출한 오후를 달래주는 그런 글.


하루치의 고민만큼 가뿐하고 얇게 민 다음, 채를 썰어 훌훌 흩어 끓이는 그런 칼국수. 가지런하게 썰어 열을 지어두던 어머니의 면발처럼 고르고 반듯하면 좋겠다.

반죽을 썰 때, 칼날이 나무 도마에 닿을 때마다 똑딱거리는 소리가 포근했다. 끝도 없이 국수를 만들던 그 일상의 리듬에 맞춰, 열을 지어 나오는 글이면 좋겠다.

호박이나 감자 같은 채소를 썰어 넣고 후다닥 끓여내도 뜨겁게 맛있는, 따끈한 국물 한 모금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찰지게 반죽을 치대던 수제비. 어머니의 능수능란한 손길을 넋 놓고 바라보던 시절의 추억이 스며 있는 것. 팔팔 끓는 가마솥에 무심히 반죽을 떼어 던지고, 한 솥 끓여내던 그 넉넉함을 닮았으면 하고 바란다. 양푼 한가득 수제비를 떠서 이웃 정이네도 가져다주고, 현아네 집에도 날라다 주던 그 마음이 스며 있다면 좋을 것이다. 둘러앉아 후후 불어먹으며 마음까지 한껏 따듯하게 데워지는 글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움으로 간을 해서, 톡톡 뿌려댈 때마다 어린 날의 골목 놀이와 함께하던 사람들을 더 그리워하게 하는, 그런 기억의 글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눈이 펄펄 날리는 겨울 오후, 뭉근하게 삶아 으깬 팥으로 만든 팥칼국수 같은 글이면 한다. 잘 익은 붉음이 사악한 것을 쫓아낸다는 팥의 주술처럼, 나의 글이 결계가 되어 당신의 밤을 함께 지새워 준다면 참 좋겠다.


바지락을 넣고 슴슴하게 끓여주시던 칼국수와 수제비의 순간들이, 문득 행복으로 다가온다.


칼국수는 부자의 음식이 아니고, 수제비는 세련됨에 기대지 않는 무던한 소박함이 있다. 가끔 음식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처럼, 나의 글도 조금은 위안이 되고, 일상적이며, 때로는 진심으로 뜨거운, 그런 사람의 글이고 싶다.


누구나 양철 샷시 문을 열고 들어와, 부담 없이 “수제비 한 그릇 주세요” 하고 주문할 수 있는, 그런 당신의 수제비가 되고 싶다.

*사진은 '감성엔지니어'님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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