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차

by 이채이

나는 시인들의 글을 유심히 본다.

시는 행간의 말들을 품고 산다.

페이지마다 자잘한 그리움이, 띄엄띄엄 쉼표처럼 숨어있다.

사랑이나 이별 같은 거대한 말이 아니라,

나른한 오후의 커피나 오래 간직한 펜의 감촉 같은 사소한 것으로.


보물 찾기의 보물은 예상을 깨는 곳에 있고,

시인들도 제 말을 그리 숨겨둔다.

시를 읽을 때 번개처럼 꽂히는 전율은

잠시 방심한 순간 내밀한 언어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내 사랑하는 시인의 집에 갔다.

지난가을 동안 노랗게 맛이 든 유자가, 겨울을 뜨겁게 끓이고 있었다.

달콤한 향이 거실을 가득 채웠다.

열매 한 알이 따뜻한 차가 되어 언 손을 녹여줄 상상을 하면,

김 오른 감자를 볼 때처럼 배가 부르다.


글쓰기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얘기했다.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이에게서 글이 태어난다고, 시인은 말했다.

함께 마당가의 동백을 보았고,

함께 유자차를 마셨고,

함께 햇볕을 쪼였다.


나는 나의 글을 읽으며 위로가 부족하다 말하고,

시인은 시간이 광속으로 스쳐간다 말한다.


삶이 시의 여백처럼 편안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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