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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누파파 Oct 20. 2023

고민했던 부서 이동은 주말 부부로의 고생길이었다.  

EP. 3 신혼집 입주 3개월 차, 다른 지방으로 발령받다.

서로의 직장이 한 시간 거리인 우리 부부는 결혼과 출산 계획을 가지면서 아내의 직장에 가까운 쪽에 신혼집을 얻기로 하였다. 빚이 대부분이었지만 처음 얻게 된 신혼집은 너무나 설렘 가득했고, 꿈꿔왔던 신혼 생활이 드디어 시작되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먼저 온 아내가 밥을 차려줬고, 1시간의 통근 거리로 인해 의도치 않게(?) 가부장적인 남편이 된 나는 함께 산책을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리고 임신으로 인해 하루하루 커가는 아내의 배를 놀리는 것이 일상이 된 나를 뿌듯해하고 있었다.


튼튼이의 성별을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개발 업무를 하던 나는 지인의 소개로 기획 업무를 지원해 보게 되었고 이것이 덜컥 합격이 된 것이다. 지원 당시에도 경쟁이 치열해 될까 하는 심정이 있었고, 되기 나하고 생각하자는 P 식 사고가 있었기에 아내에게 합격 소식을 마냥 기쁘게 전하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도 한 시간이면 되었던 통근 시간이 두 시간 반이 넘어가면서 실상 선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내의 고민과 불평이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합격 후 부서를 이동하기까지 냉전 상태가 거듭되었다. "이렇게 떨어져서 생활하게 될 줄 알았으면 결혼을 고민해 봤을 거야"라는 푸념에서부터 "너는 왜 설득하거나 앞으로의 계획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거야?"는 답답함을 호소해 왔다. 아내에겐 개발 업무의 어려움과 힘듦을 자주 얘기해 왔지만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기획 업무를 청사진을 그리며 설득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내의 배를 보면 내가 책임질 테니 일을 그만두고 올라가자고 하고 싶다가도 맞벌이가 그래도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만 참아보자라는 말이 목에 걸려 안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내 선택에 있어 아내도 그리고 나도 후회하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고민과 많은 이야기 끝에 우리는 아내의 직장도, 내 꿈도 포기할 수 없어 주말부부를 선택했다. 서로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 자위하고 기약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업무를 적응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업무의 난이도보단 해결된 줄 알고 덮어두었던 문제들이 후회로 남아 괴롭혔기 때문이다. 내가 부서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동안 아내가 보내는 일상은 고통을 오롯이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시간으로 느껴졌을 것이었다.  


아내가 평일에 아프거나 내가 부서 회식 등으로 아내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더 외로움을 느꼈고, 통화에서 느껴지는 아내의 우울감은 통화 뒤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원룸에 혼자 누워있는 나를 찌르고 있었다. 이게 과연 맞는 선택인가에서부터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아내 곁에 있어야 되나 하는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었다. 어른이 되기란 정말 힘들었다.


특히나 원룸이 주는 답답함은 사회 초년생 시절 힘들었던 하루 끝에 도착한 적막 가득한 공기를 회상시켰고, 그 기억에 더해 나의 선택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더해져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이 늪은 아내와 나 모두에게 좋지 않았고 매일 고민의 연속인 나날이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이렇게까지 고민해보지 않았고, 그저 되는 대로 살았던 내게 가족이라는 무게는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분명한 것은 부서이동은 가족 모두를 위한 선택은 아니었고, 이기적 이게도 나는 내 커리어적인 관점에서 부서이동을 포기할 수 없었다.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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