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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누파파 Nov 10. 2023

출산은 그저 기적과 같다

EP. 4 출산 전 아내의 마음 읽기

아내가 임신하고 얼마 안 되어 나의 부서 이동으로 주말부부로 지내기 시작한 우리는 많은 갈등 속에서도 영상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잉꼬(?) 부부가 되었다.

사실 말이 좋아 잉꼬 부부지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는데 나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을 하느라 바빴고, 아내는 임당 수치를 관리하면서 태교도 해야 했고 출퇴근을 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출퇴근을 지하철로 다녔었는데, 하루는 지하철 안이 매우 갑갑하게 느껴져 호흡이 가빠졌고 이로 인해 휴직 전 기간을 차로 출퇴근했었다.



*임당수치는 임신성 당뇨 수치를 줄인 말로, 임신성 당뇨란 임신 중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당뇨병 형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기나 후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임신하는 동안 호르몬 수준이 변하면서 인슐린의 효과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혈당 수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아침 공복 혈당은 92 밀리그램/데시리터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이 수치는 의료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조절될 수 있다고 하니 편차가 있는 값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단축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는데, 내가 평일엔 집을 가지 못하다 보니 저녁 시간을 오롯이 혼자 보내야 하여 심심하다고 푸념했다. 특히나 내가 회식이 있거나 야근으로 퇴근을 못하는 날엔 대화를 거의 못하는 날도 있어서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임산부를 두고 있는 남편들에게 조언하자면 되도록 많은 시간을 옆에 있어주라고 해주고 싶다. 임신 중의 호르몬 변화로 인해 신경계가 영향을 받고, 여러 가지 감정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신은 몸의 변화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어서, 이러한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여 감정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나 역시 아내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을 했었지만 주말 부부를 하면서 통화하는 것,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안되면 이주에 한 번 정도는 평일에 시간을 내서 집에 가 함께 잠을 자고 뱃속에 아이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후 출산을 일주일 남겨놓은 겨울날의 목요일이었다.

그날 따라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고, 마침 업무도 빨리 끝나서 아내에게 같이 외식이라도 하자고 했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이젠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못 먹어본 회를 먹고 싶다고 하였고, 그래서 찾아본 이자카야는 살던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나는 퇴근으로 조금 더 걸려 먼저 가있으라고 한 뒤 도착한 이자카야는 조용히 먹을 수 있는 분위기로 대학생 몇 명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온 아내는 이것저것 맛있다면서 먹다 보니 둘이서 세 가지 메뉴를 시켰고, 

"배가 찢어질 거 같아"

라는 장난 섞인 말과 함께 식당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은 아내에겐 먼 길이었는지 걷기 힘들다고 하였고 옆에서 지지해 주면서 돌아왔고, 함께 누워 이제 얼마 뒤에 나올 튼튼이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은지 얘기하다 잠이 들었다.


아내가 나를 깨운 것은 그날 새벽이었다.

"나 뭔가 양수가 터진 것 같아.."

그 말에 번쩍 눈이 떨어진 나는 벌떡 일어나서 바로 병원으로 가야 되는지 물었고, 아내는 이미 검색을 마쳤는지 30분 뒤에도 계속 이러면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사실 병원에 갈 짐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나는 그제야 안절부절못했고, 그걸 본 아내는 이미 짐은 다 챙겼으니 걱정 말라고 얘기해 주었다. 왠지 그 말에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준비했을 아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렇게 참 길었던 30분을 뒤에도 계속 상태는 나아지지 않아 우리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병원으로 이동 뒤에는 실제로 양수가 터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고, 양수가 맞다는 것을 확인한 뒤 가족분만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내는 제왕절개가 아닌 자연분만을 선택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본인의 의사에 의해 제왕절개를 할 경우 보험처리가 안되고 더 비싸다고 한다.) 아내의 배에는 튼튼이가 괜찮은지 태동을 확인하는 기기를 부착해 두고 분만 유도제를 맞았는데, 점점 갈수록 복통이 잦아짐이 확연히 느껴졌고 아내가 아파서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을 눈으로 지켜보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프고 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1시간여 복통을 참던 아내는 제왕절개를 하게 해달라고 소리를 쳤고, 결국 제왕절개를 받게 되었다. 고생했을 아내에게 조금 더 내가 빨리 판단해 줬다면 돈을 더 쓰더라도 아내가 덜 힘들고 아이를 낳지 않았을까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과 아이를 고생하면서 낳는 아내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다시 시작된 기다림은 30분 정도 뒤에 아이가 밖으로 나온 뒤에도 쉬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아이가 정상적으로 잘 나왔다는 간호사의 말에도 

"아내는 어떻게 되었죠? 금방 나오나요?"

라고 되물었고, 곧 처치 후에 나온다는 말에도 걱정이 앞섰다.

그 뒤로 10분 정도 뒤에 의사 선생님이 나왔고, 의사 선생님은 튼튼이가 아내의 자궁에 머리가 끼여 자연 분만이 힘들었던 거 같다고 하시면서 제왕절개를 하시길 잘하신 것 같다고 얘기해 주셨다. 또 아내는 괜찮으니 금방 나올 거라는 얘기를 해주셨고 몇 분 뒤 나온 아내는 피를 좀 흘려서 그런지 덜덜 떨면서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세상 강하기만 한 줄 알았던 아내가 피곤한 모습으로 덜덜 떠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미어왔다. 혼자 오롯이 모든 것을 감내했을 텐데 참으로 무서웠을 테지만 잘 해낸 모습이 대단하기만 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이것은 참으로 위대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런 고통을 이겨내는 엄마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닐까. 아내도 그리고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도 무섭고 힘들었을 그 순간을 이겨내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고생했을 아내에게 고맙다고 하며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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