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결혼식 A to Z
결혼을 하기까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도 아내도 부모님들의 반대보다는 30대가 넘은 나이이니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하길 바라셨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식만 하면 되는 줄 알았으나,
당연하게도 세상은 경험한 것보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다.
결혼은 우리들만의 행사는 아니었고,
부모님들에겐 베풀던 정을 다시 거둬들일 시간이었으며,
양가 친척들에겐 만날 수 있는 약속을,
친구들에겐 회포를 푸는 시간으로 전락해 버렸다.
사실 전락(굴러 떨어지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아 보이는 것도
우리는 어떻게 할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뿐더러
해야 되는 방향성은 명확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혼식은 분명 결혼하는 당사자 두 사람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대세를 거스르지 않는 사람이기에
아내와 빠르게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앞으로 결혼하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결혼에는 단계가 있는데,
결혼식장 예약 - 스튜디오 / 드레스 / 메이크업 예약 - (드레스 투어 / 스튜디오 촬영 / 프로포즈 / 신랑 정장) - 신혼여행 예약 - 청첩장(with 모바일) 주문 - 사회/축가 부탁 - 결혼식 진행
대략 이 정도가 될 것입니다.
*물론 사이에 예물 교환과 폐백이 있다면 절차는 더 있을 수 있지만 다른 것 대비 기간과 빈도가 낮아 제외했습니다.
외부로 보이는 꼭 해야 될 것들은 진하게 표시해 두었습니다.
하나씩 보면 더 할 것이 많은데 이 모든 것을 도와주는 웨딩플래너가 있더라도
결국 본인과 배우자가 체크하고 결정해야 되는 사항들이 많으니 되도록이면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결국은 본인 선택이기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가장 후련할 것이다.
1) 결혼식장 예약
결혼식장은 우리만의 결혼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을 정하는 것은 양가 부모님들의 몫일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 배우자와 돌아다니면서(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선택지를 좁혀나가는 것이 좋다.
선택에 도움을 줄만한 요소로는
- 예식 시간이 어떤지(1시간 간격이면 50분 예식에 앞뒤로 방문객이 섞이는 경우가 많다),
- 뷔페가 맛있는지(이건 무료 제공이나 사 먹긴 어려워서 검색으로 알아봐야 된다),
- 기타로 주차 공간이 어떤지, 메이크업/드레스샵이 근처에 있는지 정도가 될 것 같다.
내가 선택했던 예식장은 1시간 30분 예식에 밥이 괜찮고 주차 타워가 있어 편했다.
특히 좋았던 것은 1시 예식이었는데, 메이크업/드레스샵이 결혼식장 내에 위치하고 있어 번거로움이 없었다.
다만 가격이.. 비쌌고, 식장에선 주요 시간대에 대해서는
메이크업/드레스/스튜디오 지정제로 운영되어서 선택지가 없었다.
아내는 그것이 불만이라고 했지만 내 입장에선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게 더 편하고 감사했다.
2) 스튜디오
스튜디오는 따로 드레스샵에서 드레스를 대여하고 메이크업을 해서 촬영을 하는 것으로 신랑/신부 모두에게 피곤한 하루가 될 것이다.(물론 결혼식이 제일 힘들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방식은 가봉 스냅으로 드레스를 몇 개 입어보는 날 함께 촬영을 하는 것이 그나마 편하다. 그리고 사진 원본은 꼭 받아야 된다. 스튜디오의 보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가 사설 업체를 통해 사진을 직접 맡길 수도 있고, 사진 프린트는 어디서든 할 수 있기에 원하는 사이즈의 액자만 구해서(다이소도 요즘 좋은 액자가 많다.) 결혼식 때 포토테이블을 꾸밀 수도 있다.
촬영이 끝나고 나면 결혼식에서 어떠한 옵션을 선택할지가 가장 고민된다.
예를 들어 비디오 촬영을 할지 말지, 사진작가를 몇 명 섭외할지 등에 가격도 천차만별이기에, 분명한 취향을 정하고 가는 좋다. 사진작가가 많을수록 다양한 사진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인데 결혼을 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와서 보면 사진이 남는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3) 드레스
드레스 투어가 가장 선택이 많고 취향을 많이 타는 것이라 남자인 나로선 어떤 코멘트를 하기 힘들다. 대신 남성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웨딩드레스 사진을 보고 신부의 기호를 찾길 바란다. 드레스의 퍼지는 형태 / 재질 / 그리고 팔의 노출 정도 등 선택지는 너무 많다. 발품을 많이 팔수록 결혼식날 신부의 얼굴은 더 밝아질 것이다.
4) 청첩장
청첩장은 인터넷을 통해 만드는 것이 좋고 요즘은 사진을 보내주면 영상까지 제작해 주는 업체들이 많은데, 각 업체들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했던 업체는 영상 퀄리티가 꽤나 좋아서 받고 난 후 지금까지도 가끔 스튜디오 촬영물을 볼 겸 보기도 했다. 청첩장도 많은 업체가 있으니 디자인이 예쁜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을 듯하다.
너무 많이 접거나 리본/끈과 같은 공수가 있는 작업은 추가 옵션을 통해 내가 직접 하지 않는 방식을 하는 것이 좋다. 보통 양가 부모님과 본인들이 가져갈 것을 200장 이상 주문하게 되는데, 두 명이서 그 많은 양을 접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략적인 결혼식의 주요 항목에 대해 얘기해 봤는데,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냐고 묻는다면 물론 살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곳곳에 아낄만한 포인트들이 있으니 주변에 많이 물어보고 싼 방향으로 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사실 결혼하는 당사자 말고는 청첩장 색깔이며 드레스 디자인이며 다 기억을 못 하는 슬픈 현실이지만
아내와 내가 웃고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이 되고자 한다면 서로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는 것이 하나뿐인 결혼식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길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결혼식 이후에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신혼여행은 그다음 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결혼식 전후로 연락도 많이 오고 답변과 밀린 결재들을 처리해야 되는 상황에서 신혼여행까지 챙겨서 가기엔 무척 정신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