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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기다리는 마음

by smilemail

할머니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집 안은 알록달록한 색들로 가득 차있었다.

빨간색 머그컵, 노란색 방석, 파란색 시계 등등 혜원이는 동화세계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집을 둘러보는 혜원이를 향해 할머니는 자리를 내주었다.

의자에 앉은 혜원이는 식탁인지 책상인지 모를 큰 테이블에 널려있는 책들, 그림, 물감, 바늘과 실에 눈이 갔다.


음.. 할머니는 뭐 하시는 분일까?


할머니는 생긋 웃으며 혜원이에 말했다.


"이것저것 널려 있어 지저분하고 이상하지?, 손님이 올 줄 몰랐단다."


혜원이는 더러운 자신의 방이 떠올라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오히려 근사해요."


할머니는 테이블 위 바구니 속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뭉쳐진 작은 종이를 꺼내더니 혜원이에게 건네주었다.


"아까 본 노란 꽃은 원추리라는 꽃이야, 여기 원추리 씨앗이란다."


혜원이는 씨앗을 받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나는 아직 한 번도 꽃을 키워본 적이 없는데...'

망설이는 혜원이의 말을 눈치챘을까, 할머니는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단다. 특히 예쁜 색들을 섞어서 하얀 종이 칠할 때, 마음이 아주 평화로워지는 느낌이 들어, 그리고 나는 읽는 것도 좋아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을 때 미치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 같단다. 음... 그리고 가끔 뜨개질을 할 때도 있어, 뜨개질이 무엇인지 아니?"


"아니요.. "


"뜨개질은 실을 엮어서 모양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모자를, 옷을 만들기도 한단다. 하지만 나는 옷을 만들 정도의 실력은 없단다. 아쉽게도" 할머니는 민망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거란다.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꽃을 돌보고... 꼭, 화가, 정원사, 디자이너만 그 일들을 하는 건 아니지 않겠니"


혜원이는 할머니의 말이 무척이나 어렵게 들렸다. 할머니는 다시 한번 씨앗을 건넸다.


"그저 땅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기만 하면 된단다. 혹 꽃이 안 피거든 다시 나에게로 오렴, 씨앗은 많아"


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 때문인지 혜원이는 마음이 울렁거렸다. 혜원이는 손을 뻗어 씨앗을 받았다.

할머니의 눈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혜원이의 맨발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근처 서랍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여깄 구나!" 할머니 손에는 알록달록한 예쁜 양말이 들려있었다.

"가야 할 길이 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맨발은 다칠 수도 있단다. 이것을 신고 가렴"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은 혜원이가 거울 앞에 섰다. 차림이 퍽 이상하고 웃겼지만 양말은 마음에 들었다.

혜원이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돌려드릴게요!"


노란 꽃에 홀려 얼결에 할머니를 따라 들어온 혜원이지만, 모자마을을 나와 울컥했던 혜원이의 마음이 이상하게 따뜻하게 가라앉았다. 혜원이는 할머니에 인사하고 길을 나섰다. 연기 사이로 희미했던 공장이 선명해졌다.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은 혜원이의 뒷모습이 할머니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할머니는 소리쳤다.


"원추리의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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