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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열지 않은 상자

by smilemail

할머니의 외침에 혜원이는 손에 쥔 씨앗을 보며 생각했다.


기다리는 마음,,,


머릿속에는 모자 마을의 아이와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을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모두가 나를 찾고 있겠지? 서둘러야 해'


천천히 열심히 걸었다. 어쩌면 누군가를 또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더 이상 어떤 만남도 없었다.

그저 혜원이는 묵묵히 홀로 공장을 향해 걷기만 했다.

그때 가파른 오르막길에 다 달랐다.

'얼마나 더 가야 하지?'

한참을 걸었을까, 잠시 숨을 고르고 허리를 폈다.


와...


바로 앞에 커다란 굴뚝에 연기를 쏟아내고 있는 공장이 보였다.

"공장이다. 정말 공장이야"

혜원이는 바로 공장 입구로 달려가 소리쳤다.


"문 좀 열어주세요. 제 신발을 바꾸려고 왔어요."


그러자 문이 열렸다. 혜원이의 눈앞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궁전 같은 내부에는 아주 멋있고 다양한 종류의 신발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으며

윙- 윙- 하는 기계 소리가 들렸다. 그때 안경을 쓴 나이 든 남자가 뛰어왔다.

"여기는 어떻게 온 거니?"


혜원이는 잔뜩 흥분한 채 대답했다.

"여기 정말 신발 공장 맞아요? 정말이에요?" 혜원이는 신발을 들고 남자의 눈앞에 내밀었다.

"신발이 잘못 배송 온 것 같아서 제가 직접 찾으러 왔어요."

남자는 혜원이가 든 신발을 쳐다보았다. 남자의 얼굴은 서서히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어이쿠, 이게 무슨 일이야, 잠시만" 아저씨는 들고 있었던 서류 더미를 넘기며 혜원이에게 질문했다.


"이름이 뭐니?"


"정혜원이에요."


"어디서 왔니, 집주소를 알려주렴"


"저는 우리 마을이라는 곳에서 왔어요."


아저씨는 이것저것 서류를 뒤적거리다. 무언가 발견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혜원아, 미안해 우리가 실수를 한 모양이야, 신발이 잘못 배송된 것 같아."

혜원이는 아저씨의 말에 안도했다. "그렇죠? 진짜 내 신발이 아니었어!"

아저씨가 말했다.


"신발을 찾으러 이 먼 곳까지 혼자 온 거니? 용감하구나"

"혜원아, 너의 신발을 가져오고 있는 중이란다. 기념으로 공장을 구경시켜 줄게"


혜원이는 잔뜩 신이 났다. 신발도 받고, 미지의 신발 공장도 구경을 할 수 있다니,

"네! 좋아요"


혜원이는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구석구석 구경했다.

처음엔 신발을 디자인하는 곳이 보였다.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진 다양한 신발 모양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손으로 정성스럽게 신발을 만들고 있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혜원이의 눈을 사로잡은 곳은 염색실이었다. 그곳에는 혜원이가 받은 똑같은 신발들이 기계에 매달려 알록달록한 염색통에 들어갔다 나오면 색이 입혀져 있었다.


"우와, 신기해요. 이렇게 신발에 예쁜 색이 입혀지는 거구나"


그때, 공장 직원이 예쁜 보라색 상자를 들고 혜원이와 아저씨 앞으로 왔다.

아저씨는 혜원이를 향해 말했다.


"원래 이것이 너의 신발이야, 우리가 실수해서 정말 미안해"

혜원이는 예쁜 리본과 보라색 상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신발공장까지의 짧지만 길었던 여정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맨 처음 신발을 받았을 때, 화가 나고 슬펐던 마음이 지금은 들지 않았다.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마음이 조금 답답했다.


'이제 진짜, 나의 신발을 받게 됐는데 왜 이러지? 뭔지도 모르는 신발인데, 이게 내 미래라고?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이 신발이 어떻게 알아!'


그때 아저씨가 말했다.


"어서 열어보렴! 우리가 더 멋있는 신발로 준비했어, 그리고 가져온 신발은 나에게 주면 된단다."


혜원이는 짝 없는 하얀 신발을 쳐다보았다. 윙-윙- 신발이 염색되는 소리만 들렸다.

왜인지 혜원이는 상자를 열어보고 싶지 않았다.

손에 쥔 짝 없는 신발을 괜히 빼앗기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때, 혜원이는

'나는 여행자가 될 거야!' 하는 모자 마을 아이의 말과 반짝이는 눈빛

여러 가지 물건들이 널려있던 할머니의 책상과 따스한 미소가 생각났다.


혜원이는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다른 선물로 받고 싶어요!"

혜원이의 말에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신발의 나머지 한 짝을 주세요!"


그리고 혜원이는 염색을 하는 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신발을 제가 꾸미고 싶어요."


혜원이는 상자를 내려놓고, 하얀 신발을 꼭 끌어안으며 생각했다.


'이제 이게 내 신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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