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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꽃과 씨앗

by smilemail

아이의 말소리가 멀어지고, 뚜벅뚜벅 길을 걷는 자신의 발소리만 혜원이 귀에 들린다.

걷다 보니 신발을 받았던 순간이 멀게만 느껴졌다.

여행자를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말과 눈빛이 혜원이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동시에 마을 어른들의 말도 생각났다.


"신발은 미래와 꿈을 알려주는 마법의 선물이야, 우리도 그랬어 우리 신발을 봐, 우린 그 마법을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그러다 문득 궁금했다.


'만약 내 신발이 제대로 왔다면, 난 어떤 신발을 받았을까?'


멋있는 신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중에 하나? 혜원이는 잘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모두가 멋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는 신발을 받았기에 자신도 그럴 줄 알았다.

생각해 보니 막상 어떤 신발을 받고 싶은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혜원이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돌아갈까? 내가 가는 곳이 신발공장이 아니면 어쩌지?

그때 혜원의 머리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툭. 두둑. 어두운 구름이 몰려오고

혜원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를 피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빠르게 달리자 길가에 버스정류장이 하나 눈에 띄었다.

혜원이는 재빠르게 정류장으로 들어갔다.


혜원이가 들어가기 무섭게 비는 더욱 거세게 오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비를 혜원이는 가만히 보았다. 멍하게 생각만 하면서 걸어오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꽃이 활짝 가득하게 핀 꽃팥이 맞은편에 보였다.


"와. 예쁘다"


한참 꽃을 보고 있으니 혜원이는 자신의 마을에는 꽃밭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마을에도 이런 예쁜 꽃밭이 있으면 좋을 텐데"


소나기였을까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혜원이는 맞은편에 꽃밭을 향해 걸어갔다.

꽃과 가까워질수록 향기가 혜원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하나만 꺾어갈까?"


그때 꽃밭가운데서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혜원이는 놀라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불쑥 잡초가 가득 차 있는 바구니를 든 하얀 머리의 할머니가 나타났다.


"꽃은 꺾으면 더 이상 그 향기를 느낄 수 없단다"


할머니의 말에 혜원이는 손을 거두었다.


"꽃을 좋아하니? 대신 내가 씨앗을 좀 나눠줄까"


꽃밭에서 나온 할머니는 혜원이 앞에 섰다. 아주 작은 키의 할머니는 아주 예쁜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고 있었다.


"내 집은 이 꽃밭 뒤에 있단다. 여기는 전부 내가 가꾸었어

어때 씨앗을 좀 받아갈 거니?"


혜원이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씨앗을 가져가 마을에 심는다면 분명 꽃향기로 가득 차 모두가 좋아할 것이다.



혜원이는 할머니를 따라 꽃 밭 너머 보이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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