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잘 가고, 튀르키예 어서 오고.
불가리아를 떠나는 날.
우리는 바퀴가 고장난 캐리어를 거의 들다시피 해서 다녔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기차를 타기까진 시간이 꽤 남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며 쉬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보고 그냥 평점이 좋은 곳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더 멋진 곳이었다.
음식도 맛있었고, 종업원들이 진짜 친절했다. 오며가며 눈인사를 건네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신경 써 주었다. 그리고 서비스까지 받았다! (만세!)
효둘과 효삼은 한국으로 보낼 엽서도 썼다.
그리고 효일이와 효둘이는 한국으로 엽서를 보내기 위해 우체국을 찾았다. 우체국 직원도 역시 친절했다. 우표를 사서 국제 우편을 보낸 뒤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우리는 기차 출발 전까지 카페에서 한참을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기차를 탔다. 불가리아에서 튀르키예까지는 기차를 타고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12시간 정도?) 슬리핑 기차라 침대가 있었는데 4인실이었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차 있는 상황이라 또 한 명이 혼자 써야했다. 효일이가 혼자 타겠다고 했다. 그렇게 효둘과 효삼은 같은 객실을 쓰게 되었고 효일만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효일은... 그를 만났다. 그는 튀르키예인으로, 불가리아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는데, 그 이야긴 다음에 이어서 하겠다.
그는 효일에게 굉장히 친절했다. 처음엔 4인실에 그와 효일 둘 뿐이었는데 그는 계속해서 효일에게 말을 걸었다. 효일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투 머치 토커지만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효일이는 이것저것 물어보는 그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보다 영어로 답변을 해야하는 상황이 괴로웠다. 결국 효일은 오후 3-4시부터 침대를 펼치고 자는 척을 해야했다.
헤드셋을 끼고 한참 자는 척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칸마다 돌아가면서 침대 시트와 베개 커버를 나눠 주었다. 1인당 배게 커버 하나와 침대 시트, 이불 이렇게 세 가지가 주어졌다. 간발의 차로 그가 효일이의 베개 커버와 침대 시트까지 받았다. 효일이 일어나려 하자, 그는 괜찮다며 직접 시트를 깔아주었다. 하지만 어딘가 어설펐다. 그도 처음 해보는 것 같았다. 커버 안에 베개 솜을 집어 넣어야 하는데 그냥 위에 얹어 두었다. 효일이 움직이려하자 그대로 누워있으라며 침대 시트를 촤라락 펼쳐 이불처럼 덮어주었다.
뜬금없이 공주 체험을 하게 된 효일은 이 모든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효일이의 남은 시트는 그의 침대 위에 보관되었다. '달라고 해? 말아?' 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그의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은 고마웠지만 꽤나 답답하고 난감했다. 결국 효일은 그가 민망할 것을 고려해 그냥 참고 견디기로 했다. 나름 새 침대 시트라 사각사각 감촉이 좋았다. 효일은 그렇게 엉성한 침대 위에서 진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