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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갑을 울린 카파도키아

여행은 돈 쓰는 맛이지 2탄…^^*

by 사과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날씨가 안 좋아 열기구가 뜨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속상했다. 버킷리스트였던 벌룬 투어가 좌절되고, 우리가 한 일이라곤 오로지 돈 쓰기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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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커피와 카페 브런치


계획대로였다면 새벽부터 움직였겠지만, 우리에겐 그 어떤 동력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체크아웃이 다다른 즈음에야 느지막이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근처 카페에서 암침 겸 점심을 먹었다. 여행지에서의 하루치곤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시작이지만, 여행 한 달째가 되어가자 한국에서 맞이하는 휴일과 비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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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다시 여행의 호기심과 활력을 되찾아 준 건 기념품 샵의 이색적인 소품들이었다. 우리는 예쁜 기념품을 보고 눈이 돌아버렸다. 가난한 여행자였던 우리는 잔고를 잊었고, 쇼핑의 신이 다시 강림하고 말았다.


손수 끓여주신 전통 차


전날 방문했던 가게를 다시 찾아 정신없이 쇼핑을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세 명 합쳐 40만 원 정도를 써 버린 후였다. 우리의 카드 분수쇼에 감동한 사장님은 손수 차를 끓여 내오고, 할인과 사은품도 많이 챙겨주셨다.


IMG_6471.JPG 우린 아이스크림 취향도 참 다르다!


길을 걷다 터키 아이스크림도 사 먹었다. 아저씨가 능숙한 한국말로 호객을 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몰라~”


특이한 악센트가 중독적이었다. 하나 사서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아저씨의 현란한 영업 스킬에 우리의 손엔 각자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돈 쓰고 신난 우리


분명 빈손으로 나왔던 우리 손에는 어느새 봉투가 두 개씩 들려 있었다. 기쁜 마음 반, 짐스러움 반으로 끙끙거리며 버스를 타고 다시 그 매춘부...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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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6504.JPG 음식은 여전히 저렴하고 맛있었다...ㅎ


너무 늦어 저녁 먹기도 애매했다. 결국 버스터미널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허기를 달래기로 했다. 이번엔 친절한 어린 소년 대신 뚱한 표정의 직원이 응대했다. 친절하지도 않은 데다 주문 실수까지 겹쳐 아쉬움이 많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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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같은 수건 가게... 효삼의 일을 모르고 수건을 세 개나 사 버렸다...


효삼이는 밥을 먹으면서 수건 가게 아저씨가 불필요한 스킨십을 해서 기분이 나빴다고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효일과 효둘이가 걱정할까 당시 남자친구에게만 카톡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무심한 반응을 보여 서운함과 속상함이 더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효삼이 결국 눈물을 보였고, 효일이와 효둘이는 효삼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숙소에 돌아와 짐 정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기념품을 너무 많이 사 온 탓인지, 식료품을 다 빼도 짐을 싸는 게 쉽지 않았다.

늦은 시간까지 짐 싸기로 끙끙거리고 있는데, 우리 사이에 '물 먹는 하마'라 불리는 효둘이 갈증을 호소했다. 시간이 늦어 물을 살 만한 곳은 1층 로비뿐이었다. 처음엔 5리라라던 물값이 갑자기 40리라로 8배나 올려 부르는 것이 아닌가. 마트가 문을 닫자 근처에서 물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가격을 올린 것이다. 황당하고 괘씸해 결국 참기로 했다.


IMG_6497.JPG 카파도키아 안녕~! 다음엔 꼭 벌룬 투어하고 만다!!!


정말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씻고, 짐 싸고, 돈 정리를 다 마치니 새벽 4시였다.
그래도 뭐 어때. 이런 게 다 여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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