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도 휴일이 필요해!
마지막 여행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하니 그동안 쌓여있던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더 이상 국경을 넘거나 숙소를 이동할 일이 없다는 우리에게 커다란 안정감을 주었다.
알람도 맞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1박에 8만 원 정도로 꽤 저렴했지만, 조식은 물론 수영장과 터키식 전통 목욕탕인 하맘까지 갖추고 있었다. 직원들도 정말 친절해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 호텔 정보
베르제 부티크 호텔 앤 스파 (Berjer Boutique Hotel & Spa) / 4성급
Taksim Street No.93, 베요글루, 이스탄불, 터키, 34437
조식은 사실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치즈 종류가 많아서 다양한 치즈를 맛볼 수 있었다. 사실 우리는 조식을 맛으로 먹는다기 보단 '호텔 조식을 먹는다'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 셋 모두 일상에서는 아침을 일절 챙겨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 근사한 아침 뷔페를 챙겨 먹으면 어떤 설렘과 뿌듯함이 느껴져서 좋다.
조식을 배부르게 먹고 와서 장난을 치고 놀다가 효둘과 효삼은 낮잠 모드로 들어갔다. 효일이는 조용히 손발톱을 깎았다. 정성스럽게 깎고 모양을 잡다 보니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효둘과 효삼은 그때까지도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효일이는 수영복을 챙겨 수영장으로 향했다. 혼자서도 유유히 수영을 즐기고, 건식 사우나와 습식 사우나를 오가며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아랍계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카자흐스탄 아이들과 네팔 직원과도 간단히 스몰톡을 나누었다.
혼자 놀기에 지칠 무렵, 잠에서 깬 효둘이 슬리퍼를 끌며 내려왔다. 둘은 함께 수영도 하고, 사우나와 하맘도 즐기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따뜻한 돌덩이에 누워 몸을 지지자 세상 천국이 따로 없었다.
방으로 돌아와 카파도키아에서 샀던 때수건을 꺼내 들었다. 하맘의 마무리, 열심히 때를 벗겼다. 열심히 씻고 나오니 효일도, 효둘도 무진장 배가 고팠다. 때마침 효삼이 깨어났다. 효삼도 배가 고프다고 했다.
우리는 구글 맵을 이용 해 근처 평점이 높은 식당을 찾았다. 인도네시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터키에서 인도네시아 음식이라니... 웃기긴 하지만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메뉴를 여일 곱게 정도 시켰는데 너무 맛있어서 남기지 않고 싹싹 잘 긁어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배도 꺼트릴 겸 산책을 좀 할까 했는데 효둘이 춥다고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결국 효삼이가 먹고 싶어 한 밀크티만 하나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와 한참 수다 떨며 놀았다. 그러던 중, 효일의 한 마디에 효삼이가 빵 터져서 입에 머금고 있던 밀크티를 그대로 뿜었다. 그건 정통으로 뒤집어쓴 효일은 다시 샤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한 침대에 나란히 앉아 '용녀(용감한 여자)'를 켰다. 우리가 자주 하는 게임인데 '사라진 땅'이라는 이름의 방탈출 모바일 게임이다. 우리는 주인공 여자가 워낙 용감해서 짧게 '용녀{용감한 여자)'라고 부른다. 한참 게임을 하고 있는데 효일이와 효둘이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하루 온종일 수영을 한 탓인지 잠이 쏟아졌다. 이를 본 효삼이가 모델링팩을 해주겠다고 했다. 셋이 조로록 누워 팩을 하고 쉬다가 스르륵 잠에 들었다.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히 충전을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