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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서 브라이덜 샤워

여행 마지막 날, 효둘이를 위한 깜짝 브라이덜 샤워

by 사과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효일이와 효삼이는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 바로 효둘이의 브라이덜 샤워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마니또를 제안하며, 자유시간 동안 각자 돌아다니며 여행을 기념할 만한 마니또 선물을 사 오자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효둘은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효일과 효삼은 흩어지는 척한 뒤, 다시 만나 본격적으로 작전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계획과 달리 효둘에게 줄 마땅한 선물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은 급한데 살 건 없고, 시간은 자꾸만 흘렀다. 결국 효일이와 효삼이도 각자 역할을 나눠 찢어져 움직이기로 했다. 효일은 꽃다발을 사고 호텔 방을 꾸미기로 했고, 효삼이는 케이크와 선물을 사고 돌아와 방 꾸미기를 돕기로 했다.


더 큰 문제는 효둘이었다. 효둘이는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시간이 부족해진 효일이 자유시간을 좀 더 갖자고 말했더니, 본인은 이미 다 샀다며 먼저 숙소에 들어가 있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효삼이가 시간을 벌기로 했다. 자기도 다 샀다며 효둘이를 붙잡아 다른 곳을 더 둘러보자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시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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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방 꾸미기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즈음, 효삼이가 효둘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들을 본 효둘이는 감동의 눈물을 쏟았다. 한국에서 날아온 영상 편지를 보며, 한참을 울었다. 효삼이도 그런 효둘이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효일이와 효삼이가 직접 쓴 편지를 낭독했는데 다들 눈물바다였다. 효일이는 울지는 않았지만 편지를 읽다가 목이 메어 염소 소리가 났다. 효둘은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며 몇 번이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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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성공적인 브라이덜 샤워를 마무리했다. 이후 효둘이 준비한 마니또 선물을 꺼냈다. 효일에게는 편안한 노란 츄리닝 세트를, 효삼에게는 귀여운 주황색 수영복을 주었다. 효일과 효둘의 취향에 맞는 완벽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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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진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근처 정육점 식당으로 향했다. 직원 분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어서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우리는 풍족해진 마음에 근처에서 맴돌던 고양이한테 뼈다귀를 나눠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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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고양이가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와서 우리 테이블이 고양이 소굴이 되기도 했다. 결국 사장님께서 쫓아주어 편하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당황스러웠지만 귀엽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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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위기를 살짝 흐린 인물도 있었으니, 바로 기차남. 그는 우리 셋 중 유일하게 왓츠앱이 깔려 있는 효둘을 통해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소소한 일상 대화를 주고받는 듯했지만, 어느 순간 효일이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효둘이 “효일이 8년째 남자친구 있어!”라고 단호히 말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제 내 여자로 만들겠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원래는 한국 방문 일정이 있다고 해서 효둘이의 결혼식까지 초대하려 했었는데, 우리 셋 모두 이런 마음이라면 더 이상 불편해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조용히 그를 손절했다.



이후 우리는 다시 쇼핑의 세계로 들어갔다. 엽서도 사고, 효둘이 먹고 싶어 하던 추로스도 맛보고, 쇼핑몰에서 주변 사람들한테 나눠줄 예쁜 비누도 한가득 샀다. 견과류 킬러인 아빠를 위해 피스타치오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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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하맘 체험도 했다. 효둘이가 마니또 선물 준비하면서 같이 알아본 곳이었는데, 직원이 효둘이를 예쁘게 봤는지 90유로짜리를 70유로에 해줬다. 한국 때밀이처럼 시원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몽글몽글 비누 거품 속에서 신기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효일이는 부자가 되면 집안에 하맘 대리석을 놓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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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고, 우리는 처음 이 숙소에 도착했을 때처럼 작은 컵라면을 바닥에 놓고 둘러앉았다. 라면을 한 젓가락씩 나눠 먹으며 여행 마지막 날에 대한 감상을 공유했다. 특별한 것도 없고 호사스러운 것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라면으로 장식하다니, 소박하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후 가족들에게 줄 엽서를 쓰고, 짐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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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넘는 긴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했다. 내일 아침엔 부지런히 일어나 조식을 먹고 늦지 않게 공항으로 가야 한다.


자,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잘 돌아가자, 우리! 아자아자!


그리고, 또 만나자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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