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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는 유럽 여행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유럽 안녕! 드디어 간다, 한국으로!

by 사과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마지막 날이니만큼 부지런히 일어나 조식을 챙겨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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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친해졌던 직원들이 다가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하니 얼마에 불렀냐고 물었다. 1,300리라 정도 나올 것 같다고 하니 취소하라고, 900리라로 갈 수 있다며 바로 다른 택시를 잡아주었다. 우리가 불렀던 택시가 호텔 앞에 거의 다 온 상황이어서 취소하기가 민망했는데, 직원들이 괜찮다며 기사에게 잘 말해주었다. 그렇게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기까진 시간이 꽤 남아서 면세점을 구경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효둘, 효삼이는 명품 매장 이곳저곳을 구경하러 다녔다. 효삼이가 아부다비 백화점에서 보고 한눈에 반했다던 구두를 찾아 루이뷔통 매장에 갔는데 너무나 운이 좋게 효삼이 사이즈가 딱 하나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예약했다가 갑자기 취소했다고 했다. 발이 길고 예쁜 효삼이에게 그 구두는 정말 잘 어울렸다. 하지만 가격이 200만 원 정도라, 아직 대학생인 효삼이에게는 엄두도 안 날 만큼 비싼 구두였다. (물론 직장인인 효일과 효둘에게도 쉽지 않은 가격이었다...^^;;)

효삼이가 너무 갖고 싶어 하자 효둘이가 말했다. "사고 싶으면 사! 사주지는 못하지만, 무이자 할부로 빌려줄게!" 효삼이는 잠시 망설였지만, 중앙아시아에서만 판매하는 '라마단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것을 듣고 구매를 결정했다. 효삼이의 첫 명품이었다. 효삼이는 보는 효일과 효둘도 즐거워질 정도로 행복해했다. 효일이는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효둘이, 효삼이 하나씩 골라봐~"하는 미래를 꿈꾸며, 구두가 효삼이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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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매장에서 효둘이도 예비 남편과의 커플 팔찌를 구매했다. 유럽 여행을 하는 동안 결혼식 문제나 신혼집 대출 문제를 혼자 처리한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원이 포장도 엉성하게 하고, 이미 사용했던 것 같은 봉투에 담아주는 등 어딘가 허술했다. 결제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쇼핑 시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 매장을 나왔을 땐 이미 보딩 게이트 오픈 시간이 지나 있었다. 우리는 허겁지겁 달려 겨우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효둘이는 팔찌 길이를 무료로 줄일 수 있다고 안내받았는데, 한국에 와서 확인해 보니 수선하려면 본사(프랑스)에 보내서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추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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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에서 환승을 하고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효일의 남자친구와 효둘의 예비 남편이 공항까지 꽃다발을 들고 마중 나와 있었다. (효삼이의 남자친구도 집 앞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얼굴들을 마주하니 반갑고 힘이 났다. 여행이 잘 끝났다는 안도감에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들었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낯선 공간과 사람들, 어려운 의사소통, 인종차별이나 소매치기 같은 위험에 대한 경계심, 마지막까지 우리를 괴롭히던 재정적 문제까지. 유럽에 있는 동안 계속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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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여행을 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추억이 되어버린 이야기를 더듬어가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들 덕분에 별일 없이, 건강하게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와 우연히 잠시 한 점에서 만나 본인들의 온기를 나눠주고, 다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사람들... 그들의 조건 없는 친절과 베풂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느꼈다. 세상이 거칠고 모질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정 많은 이들이 있기에 세상이 살만하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우리도 그 도움을 잊지 않고 친절과 호의를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상으로 워니고니 전사들의 씩씩한 유럽 여행기, 끝!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여행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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