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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지,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받은 하루

by 사과

매춘부 숙소에서 드디어 체크아웃했다. 남은 식료품이 많았지만, 더는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로비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두 맡기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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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처 식당을 찾았다. 문제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계단은 생각보다 가팔랐고, 어깨에는 무거운 백팩이, 손에는 고장 난 캐리어까지 들려 있었다.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아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식당 직원이 우리의 상황을 눈치채고 캐리어를 번쩍 들어올려 옮겨주었다. 어머니는 독일인, 아버지는 이라크인이라는 그는 영어도 유창했고, 다정하고 친절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하고 잠깐 쉬고 있었는데 직원이 다시 다가와 물었다.


"저기 아이들이 너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BTS를 좋아한다고, 같이 사진 찍고 싶다는데, 찍어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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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좋았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어렸다. K-POP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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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는 현금이 없었다. 우리를 계속 도와주었던 그 직원은 옆 가게에서 카드 리더기를 빌려와 결제를 도와주었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20리라를 팁으로 주었다. 그의 친절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는 금액이었지만, 가진 현금이 그것뿐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고맙다며 여행 잘하고 가라며 정성스레 배웅해 주었다.


그렇게 이스탄불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환승을 하려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위로 올라가는 방향뿐이었다. 우리는 내려가야 했기에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각자 고장난 캐리어를 들고 낑낑대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캐리어를 하나하나 들어서 내려주었다. 어찌나 감사한 지... 우리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자신의 가족들 곁으로 돌아갔다. 가족 분들도 연신 꾸벅대는 우리를 보곤 밝게 웃으며 인사해주었다. 우리는 진심으로 그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티켓도 문제없이 발권했다. 그런데 그 버스 회사 직원 중 한 명이 효둘이를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는 굳이굳이 우리가 타는 플랫폼까지 배웅해줬다. 버스에서는 효일이와 효삼이가 나란히 앉고, 효둘이는 혼자 앉게 됐다. 효둘이의 옆에 누가 앉을까 긴장했는데, 효둘이의 옆자리인 할아버지가 자리를 바꾸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혼자 앉는 특실(?)로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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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일과 효삼의 앞에 앉은 커플은 쉬지 않고 입도장을 찍어댔다. 하필 효일의 헤드셋 배터리가 나간 상태였기에, 효일이는 그들의 스킨쉽 소리를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라는데... 몇 시간 동안 쪽쪽 대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뭐라고 한마디 할까, 고민하던 찰나 효삼이가 효일이의 맘을 알아차리곤, 앞쪽 커플에게 '시끄러우니 소리를 낮춰 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커플은 알겠다며 다시 조용해졌다. 효일이는 사자후 사건에 이어 효삼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고 했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구글 평점에 괜히 겁먹었는데 로비 직원도 꽤 친절했고, 피로한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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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리만큼 모든 일이 잘 풀린 하루였다. 우리가 인복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계속 도와주고 웃어주고 손을 내밀어 주었다. 마지막 여행지, 이스탄불이다. 여행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게 실감이 난다. 우리 셋은 남은 여행도 화이팅해 보자며 손을 모았다.


"하나, 둘, 셋, 효자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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