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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 Jun 19. 2024

부르즈 할리파 사는
아랍 부자의 손님 대접

효둘, 효삼의 그사세 체험기

지난 화

효둘과 효삼은 사자드를 만나기 위해 두바이로 떠난다. 쉽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둘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을 맞닥뜨리곤 허둥지둥대는데 친절한 청년, 메르디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무사히 두바이에 도착한다. '이제 금방 만나겠지?' 생각했던 둘은 또 한 번 변수를 만난다. 약속 장소인 두바이몰이 세상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는 것(축구장 50개 정도의 크기). 효둘과 효삼은 사자드의 드라이버와 몇 시간의 숨바꼭질 끝에 브루즈 할리파 프라이빗 뷔페에 도착한다. (원래 2시 약속이었지만 헤매느라 6시에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사자드와 그의 부인, 레시마를 만난 효둘과 효삼


이번 화도 효둘과 효삼이의 일기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브루즈 할리파의 프라이빗 뷔페로 들어가는데 관광객들이 입장하는 곳과 분리된 공간으로 입장했다고 한다. 수차례 엘레베이터를 갈아타고, 경호원들한테 부르즈 할리파 입주민 카드를 보여주고 신원 확인을 받았다고 했다. 부르즈 할리파 1층에 위치한 프라이빗 뷔페의 규모는 엄청 크고 화려했다고 한다. 사자드는 자신의 부인, 레시마와 함께 나와 효둘과 효삼을 맞이해줬다고 한다. (효둘이는 레시마의 옷과 가방이 모두 명품이었다고 했고, 효삼이는 레시마가 엄청 우아하게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뷔페의 대부분이 중동 음식이었고 아시아 음식은 일본 음식이 전부였다고 한다. 대부분 처음 보는 음식인데다 워낙 넓고 종류가 많아 효둘과 효삼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음식을 퍼 왔다고 한다. 사람 치아모양과 비슷한 생선 요리, 다양한 카레 종류, 보기만 해도 예쁘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정말 많은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고 한다.

전통차 따라주는 직원 분

여기서 그사세 일화를 하나 들려주었는데 역시 부자는 다르구나 싶었다.

즉석으로 조리해주는 터키식 디저트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고 했다. 효둘과 효삼도 기다릴까 하다가 사람이 너무 많기도 하고, 하나 만드는데도 약 15분 정도가 걸려서 고민하다 포기했다고 한다. 사자드 내외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시간이 한정적이라 '이거 기다릴 시간에 다섯 개 더 먹자' 했다고.

자리로 돌아와 담아 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줄 맨 앞에 서서 디저트를 기다리던 남자가 자신이 받아온 음식을 효둘, 효삼 테이블에 두고 갔다고 했다. 효둘과 효삼이 어리둥절해하니 레시마가 자기가 사람을 시켜서 받아오게 한 거라며, 맛있으니 먹어보라고 권했다고 했다. 부자의 시간은 돈과 직결될 테니까, 부자는 그런 식으로 시간을 사는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아마 우리 셋만 있었더라면 백이면 백, 브루즈 할리파 뷔페? 뽕 뽑아야지! 하고 얼마든 기다렸을 거라는 웃픈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터키식 디저트!

사자드와 레시마는 브루즈 할리파에 살고 있다고 했다. 브루즈 할리파에 사는 게 비싸지 않냐고 물으니 브루즈 할리파에 사는 건 비교적 저렴해서 월 7,000달러만 내면 살 수 있다고 했단다. (7000이라는 숫자가 확실하진 않지만 현재 우리는 절대 살 수 없는, 헉 소리나는 월세였던 것만은 확실하다.) 더 놀라운건 브루즈 할리파가 랜드마크여서 브루즈 할리파보다 브루즈 할리파가 보이는 아파트 사는 게 더 비싸다고 했는데 그곳은 월 10,000달러라고 했다. (이것도 10000이라는 숫자가 확실하진 않지만 비슷한 놀라운 숫자였다.) 우리의 사자드는 브루즈 할리파보다 더 비싸다는 그 아파트를 하나 가지고 있어서 그곳에서 나오는 월세를 매달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자드를 그려보았다. 내가 생각한 사자드는 눈썹과 속눈썹, 수염이 풍성하고 위아래가 구분되지 않는 흰 가운과 끈으로 고정한 두건을 쓴, 아랍 전통의상을 단정히 차려입은 길쭉하고 커다란 남자였다. 막연하게 사자드가 아랍 금수저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진으로 마주한 사자드는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영 딴판이었다. 일단 사자드는 사업 수완이 좋은 방글라데시 사람이었고 대머리였다. 대머리인지 머리를 빡빡 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없었다. 눈썹도 별로 진하지 않았다. 아랍 전통의상을 입고 있지도 않았고 체격도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깔끔하게 면도된 숱 많은 수염만이 유일하게 나의 상상과 일치했다.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게 되었고 사자드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효둘과 효삼이는 그곳에서 브루즈 할리파의 분수쇼와 레이저쇼도 구경했다. 데이터가 불안정한 와중에도 나에게 보여주겠다고 굳이 굳이 영상 통화를 걸었다. 둘은 분수쇼를 할 때, 레이저쇼를 할 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

브루즈 할리파 레이저쇼

자신들이 느낀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들, 그런 것들이 주는 감동이나 황홀함 같은 벅찬 마음들을 나누기 위해서. 효둘이와 효삼이는 몇 번이고 말했다.


언니도 같이 왔으면 참 좋았을텐데.


나는 한국에 있는 원룸 침대에 누워 효둘과 효삼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어쩐지 조금 슬퍼졌다. 아랍 부자 일일 체험기를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쉬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화질이 좋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꾸만 끊겨서 그들이 보여주려 했던 것들은 사실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분수쇼건, 레이저쇼건 인터넷에 검색하면 비슷한 풍경들은 많이 볼 수 있으니까.

그냥 거기까지 가서도 나를 생각하고 있는 효둘과 효삼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소중해서, 늦게 출발해서 혼자만의 여행 시간이 있는 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여행은 효둘과 효삼의 여행기를 들으면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두바이에 관광하러 간 사람 중에 브루즈 할리파에 사는 지인이 있어 그곳의 프라이빗 뷔페를 가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 자매가 참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식사가 끝나고 효둘과 효삼은 열심히 두바이몰을 구경했다고 한다. 효둘이는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만, 효삼이는 쇼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아내를 따라 나왔다가 지친 남편처럼 의자만 보이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했는데 무려 루이비통의 보석 달린 구두였다고. 어마어마한 금액에 효삼은 구두를 뒤로 하고 매장을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여행을 하는 종종 그 구두가 그리워졌다고 했다.


효둘과 효삼은 아이쇼핑이 되어버린 쇼핑을 마치고 사자드의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아부다비까지 이동했다고 했다. 아부다비에서 두바이까지는 대중교통으로 5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는 1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고 한다...


효둘이와 효삼이의 두바이 그사세 체험은 그렇게 끝이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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