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아부다비 여행!
지난 화
효둘과 효삼은 부르즈할리파에 사는 지인, 사자드를 만난다. 브루즈할리파 입주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뷔페에서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둘. 남은 아부다비에선 어떤 일정을 보내게 될까?
(이번 화도 효둘과 효삼의 일기를 참고해서 작성했습니다.)
효둘과 효삼은 두바이에 다녀오느라 많은 체력을 소진했다. 하지만 쉴 수 없었다. 오전 사막투어를 예약해 뒀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정에 따라 경주마처럼 아부다비를 여행해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가혹한 일정을 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과거의 자신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이 사막투어를 가게 된 건 나의 영향이 컸다. 이전에 혼자 아부다비 여행을 했을 때 사막투어를 다녀왔었다. 굉장히 색다르고 인상적이었기에 효둘, 효삼에게 강력하게 추천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무리하게 일정을 짰을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아침 7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사막투어를 위한 차가 신청자들의 호텔을 돌며 픽업하는 시스템이라 늦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 효둘과 효삼이 묵은 호텔에선 효자매를 비롯해 한국인 커플 한 쌍과 외국인 여자 두 명, 총 6명이 함께 탔다고 했다. 주유소에 딸린 상점에서 간단하게 간식과 물을 사 먹고 사막으로 향했다고 한다.
사막에 도착해 낙타를 잠깐 보고 타이어 바퀴 바람을 뺀 뒤 듄베이싱을 시작했다고 한다. 효둘과 효삼은 듄베이싱이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고 했다. 차에 탄 사람들은 드라이버가 곡선 운전을 할 때마다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모래 위의 질주를 만끽했다고 했다. 효삼이는 '끝났나 보다 하면 또 시작하고, 이제 진짜 끝인가 하면 또 하고 해서 정신이 쏙 빠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차량 6대가 속도를 맞춰 일렬로 달렸다고 했다. 중간중간 낙타 무리가 지나가기도 했는데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주는 게 보기 좋았다고 한다.
듄베이싱 다음으론 샌딩보드를 탔다고 했다. 샌딩보드는 기대했던 것만큼 크게 재밌지 않았다고 했다. 효삼이는 모래바람이 불어 말을 하면 입 안에 모래가 자꾸 들어와 괴로웠다고 했다. 더워서 끈적해진 피부는 모두 모래범벅이 되어 언짢았다고.
샌딩보드는 생각보다 내려가는 속도가 더뎠고 중간에 잠깐씩 멈춰서 흥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다 타고 다시 올라올 때는 발을 디딜 때마다 모래가 푹푹 꺼져서 너무 힘들었다고도 했다.
모래 바람이 심하게 불자 효삼이는 입을 다물고 일체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효둘이는 이 와중에도 입을 다물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6대의 차에 나눠 탔던 관광객들이 모두 한 번씩 샌딩보드를 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서 더 지루했다고...
나도 지난 여행 때 아부다비 사막투어를 다녀왔는데 함께한 일행들이 혼자 온 나를 많이 배려해 주어서 듄베이싱은 물론 샌딩보드도 재밌게 탔다.
모래 바람이 너무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부다비 사막투어는 꼭 추천하고 싶다.
이후 둘은 다른 곳으로 옮겨 낙타를 탔는데 생각했던 귀여운 낙타 대신 거대한 낙타가 있어서 당황했다고 했다. 예상과 달리 움직임이 거칠었고 너무 높아서 무서웠다고 했다. 특히 내려올 때 낙타의 관절이 팍 꺾여서 몹시 놀랐다고 했다.
호텔로 돌아와 머리카락 사이사이, 코 속까지 자글자글한 모래를 씻어낸 뒤 한국에서 가져온 육개장 사발면을 먹었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먹었던 라면 중에서 제일 맛있었다고 했다. 효둘이는 수영 끝나고 먹는 라면보다 더 꿀맛이었다며 '인생 라면'이었다는 평을 남겼다.
너무 고됐지만 세 개의 일정 중에서 고작 하나를 끝낸 것이라 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들에겐 아직 두 개의 일정이 남아 있었다.
둘은 택시를 타고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고 한다. 택시비는 한화로 20,000원 정도 나왔다고. 둘은 피곤함을 뒤로하고 꼼꼼하게 전시를 감상했다고 했다. 그 결과, 폐장 시간이 되어 뒤에 있는 것들은 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효둘이의 개인적 의견으로 초반에 만나는 작품보다 뒤쪽에 있는 작품들이 더 멋진 것이 많은 것 같았다고.
(많고 많은 일본, 중국 작품들 속에서 한국 작품도 하나 발견했다고 했다. 초중반쯤에 고급스러운 고려청자가 있다고.)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은 정말 정말 넓은데 효둘과 효삼은 마지막까지 더 보려고 하다 17시 30분에 예약해 놓았던 그랜드 모스크에 늦었다고 했다.(그랜드 모스크는 인터넷으로 예약 가능하며, 무료입장이다.) 라마단 기도시간과 겹쳐 17:30분 이후에는 21:00에 들어가야 했다고.
둘은 워니고니 전사들답게 계획이 틀어졌음에도 씩씩하게, 럭키비키 마인드로 '마침 잘됐다' 하며 지하에 있는 상가를 구경했다고 한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간식으로 빵과 음료수까지 야무지게 사 먹고 나니 금방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 사원은 아랍 최대의 이슬람 사원이다. 축구장 5개가 들어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입장료는 무료이나 여성은 맨살, 머리카락이 보이면 안 돼서 긴 팔, 긴바지를 입고 스카프를 둘러야 한다.
효둘, 효삼이 방문한 시기가 마침 라마단 기간이어서 길거리나 음식점 포스터 곳곳에 별과 달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택시 기사님께 여쭤보니 별과 달은 라마단을 뜻한다고 했다고.)
직원 분이 버디카로 모스크 사원 앞까지 데려다주셨다고 했다. 기도 시간이라 들어가도 되는지 눈치 보고 있었더니 경호원이 괜찮다고 들어가 보라고 했다고 한다. 덕분에 그들의 기도를 볼 수 있었는데, 대표자인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고 기도 소리는 음이 있는 노래 가락과 비슷했다고 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 소리에 맞춰 절을 올리고 기도를 했다고. 그들의 진심 어린 기도와 노랫소리를 듣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고 했다.
효둘이는 잠깐 종교 생활을 하던 때가 생각났다고 했다. 본인은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교회도 힘들었는데 하루에 몇 번, 몇 주 동안 금식을 하고 진심을 다해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고 했다. 효삼이도 모스크 사원이 아부다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원 안쪽에는 7,000명의 무슬림이 동시에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카펫이 있었는데 무게만 해도 35톤이라고 한다. 또 수백만 개의 스와로브스키 보석으로 제작한 샹들리에가 있었는데 너무나 크고 눈부셔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기도하는 곳은 남녀가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는데 메인 사원에는 남자들만 들어갈 수 있었으며, 여자들의 기도방은 따로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 뒤편에 바리케이드로 쳐져있는 곳에는 여자와 아이들이 있었다고 했다. 엄마와 함께 열심히 기도를 올리는 아이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큰 사원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장난을 치며 부모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효둘과 효삼은 기도가 끝날 때까지 구석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언니와 놀던 한 아이가 효둘과 효삼에게 수줍게 다가와 자신의 옷에서 떨어진 비즈 장식을 주었다고 했다.
사실 효둘과 효삼은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날 선 눈빛을 받으며 한껏 위축된 상태였다. 이들에게 종교가 얼마나 큰 일인지 체감한 둘은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 신경 쓰며 조심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낯선 아이가 준 조그마한 비즈 조각을 받게 된 것이다. 효둘과 효삼은 그것이 자신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효둘과 효삼의 빠듯한 아부다비 셋째 날이 그렇게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