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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 Jun 05. 2024

효둘이와 효삼이 선출발

효둘이와 효삼이의 일기 발췌

효둘이와 효삼이가 일주일 먼저 출국했다. 나는 원룸에서 효둘과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으로서, 효둘의 짐 싸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효둘이는 중국 유학을 다시 가는 사람처럼, 집을 통째로 옮겨갈 기세로 짐을 쌌다.

처음엔 외투만 7-8벌이었다. 심지어 집에서 쓰던 커다란 전기장판도 종이접기 하듯 반듯하게 구겨 넣더라.

캐리어도 많이 놀랐는지 나와 효둘(도합 100kg  정도)이 함께 올라탔음에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국 효둘이는 전기장판을 비롯한 수많은 물건들을 뺐고, 그제야 가까스로 캐리어 지퍼를 닫을 수 있었다.

효삼이는 '돈미녀(돈에 미친 여자)'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답게, 여행 전날까지 배민 비마트에서 단기 알바를 했다. 효삼이는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후, 새벽이 돼서야 짐을 쌌다고 했다.


사실 나는 음식에 큰 애정이 없어서 '배부르면 그만이다'주의라면, 효둘이와 효삼이는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자'주의이다. 특히 효삼이는 한식을 정말 좋아하고 먹킷리스트가 항상 준비되어 있는 친구기 때문에 한식이 그리울 것을 대비해 컵라면 10개와 고추장을 챙겼다. 효둘이도 지지 않고 불닭볶음면 소스와 컵라면 3개를 챙겼다.


효둘이와 효삼이는 각자 남자친구의 배웅을 받고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효둘&효삼의 일주일 先 여행기는 그 둘의 일기를 참고해서 작성했다.) 



1. 아부다비 도착하자마자 눈탱이 맞은 효삼이 썰(feat. 효둘의 기적의 계산법)


효둘이는 두바이에 거래처 지인과 만남이 있어서 한국에서 유심을 미리 준비해 갔고, 효삼이는 우리가 이용하는 항공사가 '아부다비 24시간 무료 유심'을 지원해 준다는 정보를 보고 따로 준비해 가지 않았다고 한다.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해서 출입국 심사대 직원에게 무료 유심을 받고 싶다고 하니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한다. 다른 경비 직원도 마찬가지로 밖으로 나가면 된다고 했다고...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밖으로 나간 효삼. 유심 가게에서 호객행위를 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료 유심'만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녀 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무료 유심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효삼이는 맨 처음 호객 행위 하던 가게로 돌아가게 되는데, 역시나 그곳에도 무료 유심은 없었고... 정말 하는 수 없이, 가격을 물어봤다고 한다. 처음엔 10GB에 200 디르함(한화 약 8만 원)을 부르다가 효삼이가 난색을 표하니 150 디르함(한화 약 6만 원)에 해주겠다고 했단다.

하지만 아부다비는 2박 같은 3박으로 일정이 정말 짧았을 뿐만 아니라 호텔에서도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데이터는 필요 없었다. 더 저렴한 거 없냐고 묻자, 제일 작은 3GB를 보여주며 100 디르함(한화 약 4만 원)을 불렀다고 했다. 효삼이가 너무 비싸다며, 조금 더 저렴하게 해달라고 흥정을 시도했지만 더는 해줄 수 없다며 자꾸 8만 원짜리를 권유했다고 한다.


무료 유심을 기대하고 갔는데 갑자기 적지 않은 지출이 생기니 짜증이 난 효삼. 그런 효삼의 속도 모르고 점원들은 계속 권유를 했다고...

효삼은 결국 제일 저렴한 3GB 유심을 4만 원 정도 주고 샀다고 한다.

속상해하는 효삼 옆에서 효둘이는 마냥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야, 그래도 잘 샀다! 한국 돈으로 4000원 정도잖아!"


효둘의 기적의 계산법에 효삼이도 순간 버퍼링이 돌면서 말릴 뻔했다고 한다. 하지만 효삼이는 우리 가족 중 유일한 이과생이므로!


"아니, 언니. 그게 무슨 기적의 계산법이야. 4천 원이 아니라 4만 원 주고 산 거잖아."


그 얘기를 들은 효둘은 그냥 깔깔 웃었다고 한다. (아마 기적의 계산법에 대한 민망함과 도착하자마자 눈탱이 맞은 효삼의 상황이 웃겼던 듯) 그때는 효둘이가 뒤집어지게 웃으니 효삼이도 '그래. 여행의 시작을 고작 이런 일에 망칠 수 없지'하며 애써 웃으며 넘겼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돈이 아까웠다고...

심지어 그날은 뭐가 잘 안 될 날이었는지 유심을 갈아 끼면서 한국 유심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액땜일 거라며 효삼을 달랬다.) 


+둘과 똑같이 아부다비 3박 일정을 보낸 효일이는 한국에서 다운 받아간 어플을 통해 500MB를 30일 동안 사용하는, '진짜' 4천 원짜리 eSIM을 사서 딱 잘 맞게 썼다고 한다. (심지어 다 쓰고 나면 아주 느린 속도지만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었음)

에티하드항공 무료 유심 서비스는 지금은 사라진 것 같다. 아부다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효삼이처럼 눈탱이 맞지 마시고 꼭 한국에서 사 가시길 추천!



2. 1시간 30분 기다려서 하루 일찍 체크인 한 썰


효둘과 효삼이도 에티하드 항공의 '스탑오버 호텔 무료 제공' 서비스를 이용했다.


원래는 오후 2시 체크인인데, 효둘과 효삼은 새벽 1시에 아부다비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준비성이 철저한 효둘이가 미리 호텔 측에 연락해 얼리 체크인을 이야기해놓은 상황) 호텔에 도착하니까 오전 1시 30분 정도였다고. 로비에 이야기하니 1시간 30분 정도 기다리면, 새벽 3시쯤에 체크인을 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피곤한 효둘과 효삼이 어디 갈 생각도 못하고 로비에 죽치고 앉아 마냥 3시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둘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친절한 호텔 직원들이 물이나 커피를 줄까, 물었다고. 하지만 여행 시작부터 눈탱이를 제대로 맞은 효삼이는 모든 호의에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이즈 잇 프리? 이즈 잇 프리?!"를 외쳤다고 한다. (효삼이는 어려 보여서 부당함을 겪는 것이라는 생각에, 기선을 제압하고자 엄청 큰 목소리로 일부러 콩글리쉬 발음을 살려 물어봤다고...)

효둘이는 그런 효삼이가 많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3시가 되길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효둘이가 잠시 로비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갔는데, 마침 화장실이 대청소 중이었다고 한다. 바닥에 물거품이라 한가득이라 들어갈 수가 없어 다른 화장실 없냐고 물어보니,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냥 체크인을 해주겠다고 해서 약속한 3시 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기적의 계산법쟁이'와 '프리 귀신'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트레이더스 콰르얏 알 베리 아부다비'로 4성급이다. 이곳을 택한 이유는 22년도에 효일이가 이용했을 때, 너무 좋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프라이빗 비치와 함께 호텔 내부 수영장이 있어 물을 좋아하는 효자매에겐 최고다.

에티하드 항공의 스탑오버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2박이 무료로 제공되는데, 우리처럼 이른 새벽에 도착하면 '운에 따라' 3박도 가능한 것 같다. (일주일 뒤에 왔던 효일이는 같은 일정이었지만 강경한 대응에 가까스로 3박을 했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운빨'인 점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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