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학교 종료.
드디어 긴 치료가 끝났다. 매주 1회씩 시간을 내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자녀의 문제로 시작되었기에 매주 어떻게든 참석하였지 나를 위한 것이었다면 얼마 못 가서 포기했으리라.
발음치료부터 시작했으니 2년 가까이 수업을 하였다. 아니지 더 오래 된것 같은데..정확히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스크를 벗고 발음 치료를 하다가 코로나를 맞이했던 것 같기도 하니..
발음치료가 끝나고 놀이치료로 넘어가서 쭈욱 이어진 발달센터의 수업을 마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상담치료가 단순하게 여겨진다.
그 전에는 뭔가 대단한 듯 어려운 듯 여겨졌으나, 생각해 보면 상담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이었다.
놀이치료 역시 엄마가 아이와 놀아주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단, 엄마가 지식이 들어 있어야 하겠지만.
내년이면 꼬부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기에 정부 보조금 지원이 끝나게 된다. 올해까지만 지원이 되고, 내년부터는 사비로 해야 하기에 더 진행하기엔 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놀이치료를 한 것에 비해 꼬부기에게 나타난 효과는 신통치 않은 탓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변화들이 분명 있다.
오늘 선생님과 작별을 하기에 아이에게도 '네가 성장하였기에 이제는 수업이 끝나는 거야'라고 설명했다.
선생님이 지난 시간부터 마무리 수업을 하기 위해 그렇게 얘기해줌으로써 준비해 달라고 하셨다.
꼬부기는 자신이 이제 정말 성장하였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신나는지 갑자기 점프를 한다던지 빠르게 달리기도 한다. 기분이 매우 좋은 듯하다.
그리고, 칭찬을 곁들이니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엇, 비밀인데", "앗, 들켰네"
올해 여름에 고비가 있었다. 나의 번아웃과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갑상선 수술 후유증까지 3단 콤보로 겹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다. 상담 선생님께 8월 한 달만 쉬었다가 9월부터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이 막으셨다. 뭐, 여러 가지 이유를 대시면서 얘기하셨는데, 결국엔 그 얘기를 듣고 쉴 수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매주 올 때마다 놀이 치료 후에 외식을 하는 것으로 정해서 외식하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버티면서 갔다. 첫째도 놀이 치료에 가서 기다리는 동안이 지루하니 안 가겠다고 한지 오래였으나 집에 혼자 둬서 안될 이유들이 있었다. 혼자서 유튜브를 접속해서 보고는 거짓말로 안 봤다고 한다거나 게임 TV를 보고선 안 본 척하는 이유에서였다. 아이의 표정에서 뭔가 잘못한 게 있구나 싶은 확실한 표시가 나는데도 아이는 엄마를 속이려 했고, 아이의 게임 중독도 나타났었다. 그래서 내린 특단이 놀이 치료에 함께 가고, 기다리는 동안 아래에 있는 노래방에 가거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데이트를 하거나 하면서 둘 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아이들이 가고 싶은 식당을 골라서 들어갔다. 아이들이 번갈아 가면서 메뉴를 선택하는데, 그 재미가 쏠쏠했다. 아이들이 마라탕을 좋아한다는 것도(매운맛 0), 오가며 보이는 식당을 마음속으로 찜해 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실은 나도 그랬다.
이번 겨울은 일찍부터 추워져서 다시 힘든 고비가 왔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끝까지 쥐어 짜내서 수업을 나갔다. 정말 오늘 이 수업이 끝나서 얼마나 기쁜지, 운전대를 잡고 이제 여기에 올 일은 없다는 생각에"안녕, 000"(발달센터가 있는 지명)을 말했더니 꼬부기가 울먹인다. 꼬부기 마음은 싱숭생숭했나 보다. 감정이 섬세한 우리 꼬부기는 선생님과, 센터와 이별한다는 것과 이곳에서 맛있는 저녁을 사 먹던 즐거움이 오늘로 종지부를 찍는다 생각에 슬퍼졌나 보다.
올 한 해가 이렇게 끝나가고, 꼬부기는 내년에는 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게 마치 현재의 시간이 지나가면서 새로운 시간이 지금의 시간과 공간을 채운 공기처럼 차있는 의미와 모든 것들을 함께 밀어내며 올라오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별로 한 것도 없고, 별 소득 없이 놀이치료가 종료되고 있지만, 해리포터가 아기 때부터 정해 놓은 11살에 마법학교 입학하는 일이 예정처럼 반드시 일어나야 해서 필연적인 우연들이 일어나는 듯 우리 꼬부기도 마지막에 성적표를 받으며 패스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꼬부기를 데리고, 독서놀이를 해볼 생각이다. 시작한 지 몇 회 되었는데, 좀 더 끈덕지게 데리고 씨름하면서 해볼 생각이다. 아마 앞으로 6년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긴 계획과 함께 꼬부기를 위해서 함께 책 읽고 글쓰며, 공부하는 훈련을 매일 해나가려 한다. 새로운 임무가 나에게 주어졌는데, 그것이 인터스텔라의 쿠퍼에게 갑자기 세계를 구할 임무가 주어지는 것에 비할쏘냐마는 그 만큼 비장하고 크다. 느린 아들을 결국 도와줘야 할 사람은 부모라는 것. 상담선생님도 아니고,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바로 부모/엄마의 임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