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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Dec 15. 2022

꼬부기 취학통지서

딩동!

누구세요?

"ooo님 댁인가요? 등기우편입니다. "

사인하고 받아보니 남편 이름으로 온 등기인데 남편에게 우편물 올 일은 없었다. 

남편을 기다려볼까나 하다가 열어 보았는데, 

뜻밖의 꼬부기 취학통지서였다. 

그런데, 왜 눈물이 핑그르르 돌며 코끝이 찡해지지..


학교 갈 준비를 6살 때부터 한건 같다. 첫째가 학교 들어갈 때부터 꼬부기는 자신도 몇 년 뒤에는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며 학교에 안 다닐 거라며 울기도 했었다. 

그랬던 꼬부기가 이제는 학교 안 간다는 말도 없고, 학교 갈 준비도 웬만큼 다 돼서 자신감도 생긴 듯하다. 

취학통지서를 보면서 그동안의 고생이 필름처럼 지난 건가. 아니면 앞으로 학교에 들어갈 생각에 감동한 건지.

'꼬부기가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구나 나도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세월이 빠르게 흐른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아픈 손가락 같던 꼬부기가 학교에 들어가서 감동이 되었다. 


꼬부기의 학교 갈 준비!

1. 한글 떼기. 한글 쓰기(알림장을 받아 쓸 수 있도록)

2. 한 자릿수 덧셈(손가락으로 계산하기)

3. 화장실 큰일 보고 스스로 뒤처리 하기

4. 젓가락질 

5. 줄넘기 (3개 이상 할 수 있음) 


이렇게 최소한의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로만 준비를 끝냈다. 오히려 첫둥이 때는 젓가락질과 줄넘기를 준비하지 못해서 애먹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시켰다.

교문 앞에 서 계신 선생님이 교장선생님인 줄도 모르고, 멀어져 가는 첫둥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밥이라도 먹겠나 하는 걱정에 "선생님, 젓가락질 못하면 안 되나요?" 물었는데, 엄청 단호하게 "연습해와야죠!"라고 딱 한마디만 하셨다. 

그날부터 젓가락질 연습하는데 울기도 하고, 젓가락질 때문에 학교에 안 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다. 

또 한 번은 줄넘기를 한다는 알림장을 보고, 첫둥이는 학교를 안 가겠다고 야단이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줄넘기를 가르쳤는데, 아무리 설명하고 직접 보여줘도 안됐다. 

손흥민 아버지에 비할 쏘냐마는 정말 운동 코치처럼 아들의 줄넘기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줄넘기가 안 되는 이유를 분석해서 설명해 주었다. 

영상을 슬로우로 보여주면서 손의 위치와 손의 움직임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줄이 크게 안 만들어져서 넘지 못하고 있음을 눈으로 보여주며 설명했었다. 

그렇게 며칠을 실랑이를 벌이며 하다가 두 개를 하고, 세 개를 해서 소리 지르며 기뻐했던 것이 기억난다. 


꼬부기는 형이 젓가락질과 줄넘기 때문에 울며 학교 안 가겠다는 것을 보더니 혼자서 열심히도 연습했었다. 젓가락질도 형보다 잘하고, 줄넘기도 3개 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꼬부기가 줄넘기를 3개 하는 것을 보던 날 흥분의 도가니였다. 월드컵 골만큼 소리 지르며 기뻐했었다. '우리 꼬부기가 이렇게나 잘하다니! 괜한 걱정을 했었구나' 하면서 한시름 놨었다. 


입학통지서가 이렇게 감동이고, 눈물 날 일인가 싶으면서 나중에 입영통지서 받으면 얼마나 눈물이 날까 생각도 잠시 스쳤다. 인생이 이렇게 다채롭고 재미나다는 것을 두 아들을 키우면서 느끼고 있다. 고생이 큰 만큼 보람도 크다. 

저 아이들이 장성하여 독립하게 되면 얼마나 뿌듯할까. 한 심리학자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성인이 된 자녀를 보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분절되어 보인다고 했다. 신생아 때, 4살 때, 유치원 때, 초등학교 때, 사춘기 때, 수험생 때 등으로 나눠져서 생각나면서 합쳐져서 보인다고 했다. 

마치 인터스텔라에서 시간이 나눠져 계속 재생되고 있는 것처럼, 

어떤 특별한 순간들의 이미지가 여러 겹으로 겹쳐서 보이고, 하나씩 재생되어 보이겠지? 지금도 아이들의 얼굴을 보다가 애기 때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언제 이렇게 많이 컸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처럼. 

그렇게 내 모습도 20대 때와 오버랩되면서 늙어 가고 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지금 나는 행복하고 중요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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