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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Sep 20. 2022

엄마는 해낼 수 있다.

상담은 힘들다. 왜냐하면 알게 된 내용으로 살아내야 하기 때문에.

매주 1회 놀이치료를 하고 있는 둘째는 매주 상담이 있다. 놀이치료 수업 40분과 10분의 부모상담이다. 

매주 10분씩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를 주제로 상담이 되고, 아이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배우는 시간이다. 


 우리 꼬부기 친구 만들어주기와 사회성 발달을 위해 매일 놀이터에서 2시간 이상 놀기를 실천하고 있다. 어린이집 바로 앞이니 아이들이 학원을 가지 않는 친구들은 놀이터를 들렀다 간다. 아니면 학원 갔다가 와서 놀기도 한다. 어떻게든 몇 명의 친구들을 볼 수 있고, 꼬부기가 마음만 먹으면 같이 놀 수도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그곳에 늘 아는 사람을 찾아내서 다가간다. 하루에 몇 명이상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늘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아이가 노는 몇 시간 동안 어울려 대화를 나눈다. 아이의 친구 만들기 미션만이 아니라 나도 낯선 사람과 대화 나누기 미션을 하고 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을 놀이터 치료라고 생각하며 수업을 듣듯이 매일 가다시피 했다. 처음에는 놀이터에서 놀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가자고 했다. 내가 다른 엄마들과 인사하고 얘기라도 나누면 내 다리를 붙잡고 얼른 가자고 당겼었다. 그리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계속 "간식 줘"라고만 했다. 아니 아무 말 조차도 거의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만 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즐기고, 친구들과 얘기도 하니 정말 많이 좋아졌고, 사회성도 발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선생님은 1년간 진행한 놀이치료에 비해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 현저히 좋아지는 것을 못 느끼신다고 하셨다.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아직 표현력이 많이 부족하고, 아이의 생각도 어리다고 하셨다. 

그리기 만들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계속 들으니 나도 답답하다. 

집에서도 표현이 잘 안 되어 폭력으로 표현할 때가 많은데, 내가 뭘 그리 잘못 가르쳐서 아이가 이러나 싶고 속도가 느리니 답답할 뿐이다. 


그런 나에게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 가지라고 하신다. 지금 내 컨디션으로 아이와 놀이 시간까지 추가해야 한다면.. 그래서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아이를 위해서 어떻게든 나는 시간을 내야 하고, 해내야만 한다.  


첫째 첫둥이 상담도 오늘 있었다. 학교 선생님과 순조롭게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서 마무리하려던 찰나에 선생님은 첫둥이의 게임 중독과 유사한 얘기를 하셨다. 구구단 외우기도 가장 늦게 하고 있고, 결정하는 것을 잘 못해서 가장 늦게 하고 있다고. 그리고 게임과 관련된 얘기만 한다고. 

예를 들면,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기억에 남는 일은?' 질문에 '친구랑 게임했던 일' 이렇게 답한다. 여러 번 다른 것들을 물어도 무조건 게임이 들어간다. 그리고 게임을 하고 싶어서 안달 나거나 떼쓸 때가 많다. 지금은 매일 하던 게임을 주중에 하루로 몰아서 하고 있었는데, 내가 없는 곳에서 게임을 몰래 야금야금하고 있다. 학원 계단에 앉아서 게임하기.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게임하기. 이제 9살일 뿐인데, 벌써 내 통제에 들어오지 않으니 진이 빠진다. 


선생님이 오늘 한 가지 숙제를 주셨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놀아달라고. 그래야 게임이 아닌 다른 것을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셨다. 이미 꼬부기 때문에 지쳐있었는데, 이게 웬 말인가. 하지만, 급 인정하게 된다. 꼬부기 놀이터에서 논다고 첫둥이를 방치했었다. 혼자 집에 있게 했었는데, 혼자 있으면서 숙제하길 바랬지만, 아이는 게임을 하거나 게임 티브이를 봐왔던 게다. 

꼬부기 걱정에 꼬부기만 신경 쓰다 보니 첫째가 소외되고 있었고, 그로 인한 문제로 게임에 빠지게 한 게 아닌가 자책이 되었다. 이제 첫째에게 시간을 쓰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갑작스레 두 아이와 숙제가 생겨나니 과부하 걸릴 것만 같다. 

매일 졸려서 헤롱헤롱하고 있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지만, 엄마는 해내야 한다. 

나는 못하지만 엄마는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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